고인은 2008년 6월경 목 부위에 덩어리가 만져 진다며 사돈인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조건현 교수를 찾았다. 조 교수는 침샘 쪽 종양이 의심돼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했고 그 결과 침샘암을 진단받았다.
침샘암은 국내에서 연간 200~300명 정도 소수에게서 발병하는 흔치 않은 병이다. 침을 생산, 분비하는 침샘에 종양이 생기는 질환으로 귀밑샘, 턱밑샘, 혀밑샘 및 여러 소 침샘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양쪽 귀의 아래쪽에 넓게 퍼져 있는 귀밑샘에서 종양이 발견된다. 악성종양이라도 일찍 발견하고 절제 가능한 크기이면 수술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침샘암은 일찍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인의 수술을 집도한 이비인후과 김민식 교수는 “이미 병기가 4기까지 진행돼 위독한 상태였으며 암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 1년 후 침샘암이 재발했고 폐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고인의 주치의인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이미 수술 후 방사선치료까지 마친 상태라 전신적인 항암치료만 가능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1년간 항암치료 후 부작용과 독한 약을 견디기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정기적인 외래 진료만 받았다. 상태가 악화돼 지난해 봄 폐렴으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면역 기능이 떨어져 암 진행도 많이 되었고, 방사선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기도가 좁아져 호흡과 음식 넘기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다 올해 다시 폐렴으로 입원한 고인을 주치의 강 교수는 “늘 만날 때 마다 껴안아 주셔서, 의사인 내가 오히려 기를 받았다” 며 “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돌아가시는 날까지 환하게 웃으신 사랑이 많은 분이다”고 말했다. 또 “투병중에 서울성모병원 21층 병동에서 여명을 바라보며 본인의 눈에 비친 도시의 모습에서 시상을 얻고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담아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