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일본이 추모하는 이수현, 우리도 추모하고픈 일본인이 있다

[전정희의 스몰토크] 일본이 추모하는 이수현, 우리도 추모하고픈 일본인이 있다

기사승인 2013-10-31 11:13: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지난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3년 명예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82) 목사가 명예시민증을 받고 서울 시민이 됐다. 노무라 목사는 1970~80년대 한국의 대표적 빈민촌 청계천에서 빈민구제에 힘썼다. ‘청계천의 성자’로 알려져 있다.


이틀 뒤.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선 ‘윤학자 탄생 101주년에 생각하는 한일(韓日)’ 행사가 열렸다. 일본인 윤학자는 일본 고치 태생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근무하는 부친을 따라 전남 목포로 건너와 평생 목포에서 고아를 돌보다 생을 마감한 분이다. 일본명 다우치 치즈코이다. ‘갯가의 성녀’로 불린다.

이 두 분이 만약, 미국인이라도 되었으면 우리 사회가 더 의미 있게 챙겼을 것이다. ‘불편한 이웃 일본’ 탓에 두 분에 대한 예가 여간 소홀한 게 아니다.

2.

일본인 개개인은 성실하고 배려심이 깊다. 그러나 집단이 됐을 땐 전체주의 사고에 갇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을 수치로 아는 비인간적 자세가 ‘전체주의 일본’의 오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일본이 ‘실재(實在)’하는 우리의 이웃이다.

지금 그 이웃과의 관계가 꼬일 대로 꼬여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일본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노력을 일본 측의 부정적 요소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 한데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역시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 리더들의 전체주의적 사고가 원인이다.


우리의 자세도 너무 경직되어 있다. 일본 얘기만 나오는 거품부터 무는 일부 미디어나 네티즌의 반응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은 어쨌거나 ‘실재’하는 이웃이므로 선린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서로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서경(書經)’에 유폐유흥(有廢有興)이란 말이 있다. 폐기해야 할 것이 있고,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세대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잊지 말 돼 버릴 건 버리고 새롭게 한일관계를 이끌어야 한다.

3.

일본인 노무라와 다우치.

일본이 추모하는 의인 이수현처럼 우리가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분들이다.

아동소설 ‘몽실언니’에 주인공 몽실이를 챙겨주던 한 언니가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나쁜 속에도 늘 선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야. 좋은 사람들 속에도 나쁜 사람이 있단다.”

지극히 평범한 이 말이 또박또박 잃어야 할 진리처럼 들린다. 선한 사람을 바라보며 세상을 살아갈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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