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회째인 이날 집회에는 김복동(88) 길원옥(85) 할머니가 참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과 시민 등 200여명(경찰 추산)도 함께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조상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겠지만 아직 사죄 한마디가 없다”며 “나라가 힘이 없어 억울하게 끌려가 수년간 고생하다 해방이 됐어도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리에 모인 젊은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나라의 힘을 키워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소속 수녀와 전국 각지의 초·중·고교생, 서울 지역 대학생들도 22주년 기념 케이크와 선물 등을 준비해 집회에는 참가했다. 인천 효성남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할머니들에게 손으로 쓴 편지를 건넸다.
미국에선 미네소타주(州) 세인트캐서린대학교 교수와 학생 20명이 집회 참가차 방한했다. 이브 발레(22·여)씨는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듣고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할머니들의 용기가 세계 여성의 희망이 되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1월 8일 첫 집회 때 주변 시선을 의식해 참가하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2월 26일 7회 집회부터 용기를 내 참담한 역사를 알렸다.
1000회를 맞은 2011년 12월에는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에 위안부 소녀 모습을 형상화한 평화비가 건립됐고 집회가 열리는 도로는 ‘평화로’로 명명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피해 할머니 수는 점점 줄고 있다. 지난해에만 4명이 타계하는 등 모두 181명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237명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56명만 생존해 있다.
정대협이 주관하는 이 집회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처음 시작됐다. 2002년 3월 13일 500회를 맞으며 단일 주제 최장기 집회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