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 추진 두고 의사단체 이어 약사단체도 갈등 심화
[쿠키 건강] “우리는 법인약국에 관련해 협의한 적이 없다. 당신이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나?”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의료영리화 정책 진단’ 토론회에서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보건복지부 이창준 과장을 향해 욕설을 해 일파만파 파장이 일고 있다.
14일 국회의원 김용익·김현미·이언주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영리화 토론장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각 보건의료단체장이 참여해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조찬휘 약사회장은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토론에 참여한 패널 강단으로 올라가 보건복지부 이창준 과장의 멱살을 잡는 시도를 하는 한편 거친 말을 내뱉었다. 이러한 도발이 일어나게 된 발단은 보건복지부 이창준 과장의 발언 때문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창준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대한약사회 집행부와 지난 정부시절부터 줄곧 법인약국에 대해 협의해 왔는데 약사회가 갑자기 이러한 추진을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발언했다. 이어 이 과장은 “법인당 개설할 수 있는 약국수도 약사 수에 따라 제한되기 때문에 동네약국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찬휘 약사회장은 “우리가 언제 협의를 했느냐”며 “약사회장에 취임한 이후 단 한번도 보건복지부와 법인약국과 관련해 논의해보자는 제안을 받거나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도발의 불씨가 된 것은 정부와 약사단체의 ‘법인약국’과 관련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다. 대한약사회는 영리법인약국에 도입되면 의료의 상업화를 거쳐 의료민영화로 이어진다며 법인약국 추진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복지부는 “법인약국이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의료민영화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법인약국의 형태로 주식회사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대형자본에 의한 독과점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정부가 왜 모든 보건의료단체 등 공급자도 반대하는 의료영리화 추진에 적극 나서서 졸속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영리법인약국 도입은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명분을 제공하게 되므로 보건 의료민영화의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 정책 방향이 소수의 재벌이나 대기업만을 위해 국민 건강을 희생시킨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가 법인약국과 관련해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