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려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국방위 명의로 이달 30일부터 상호 비방 중상 및 군 적대행위 중지 등을 제안했다. 남북관계는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계속 경색 정국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북한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
김 대변인은 북한의 상호 비방 중단 제안과 관련해 “남북간 비방중상 중지 합의를 위반하면서 그동안 비방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우리의 군사훈련은 주권국가가 행하는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라며 거부했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정당한 군사훈련을 시비할 것이 아니라 과거 도발 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할 것”이라며 천안함 폭침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미국도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은 없다고 밝혔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과의 관계는 아주 강하다. 따라서 한국과의 군사적 관계나 훈련 등에서 전혀 변경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대북정책도 변한 것이 없다”면서 “북한은 국제의무를 준수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위반을 중단함으로써 고립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정치·군사적 상황과 연계될 수 없는 시급한 순수 인도적 문제라고 반박했다.
“북한 중대제안은 위장 평화공세”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천명한 것은 북한의 중대제안이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중대제안 발표 후 열린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의 주장은 도발 명분을 강하게 축적하려는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을 고리로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이 선의였음을 부각하는 등 중국을 다분히 의식한 측면도 강한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실제로 중대제안을 한 다음날인 이날도 우리 정부를 비방했다. 노동신문은 6면 ‘자주는 양보할 수 없는 조국통일의 근본원칙’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우리 민족은 자주의 원칙을 무시하면서 외세에 민족문제, 북남관계문제와 관련한 국제공조를 청탁하는 사대매국행위를 절대로 용납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 축소 가능성
다만 북한이 중대제안을 통해 군사적 행동 중지를 제안하면서 ‘선제적’으로 움직이겠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북한이 먼저 평화 공세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현재 진행 중인 동계훈련 일시 중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전진 배치된 공격헬기 후방 배치, 대남 비방 전단(삐라) 살포 중지 등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럴 경우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훈련 내용과 규모는 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은 2002년부터 연례적으로 해온 방어 훈련으로 내용과 규모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해 매년 달라진다”며 “당초 예년수준으로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규모가 일부 축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