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는 이번 조치로 1만여명에 이르는 금융사 전화상담사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불똥이 애꿎은 사람에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불법 정보 활용 가능성이 있는 금융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조치를 2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24일 모든 금융사 임원을 불러 이런 지침을 전달하면서 반드시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조치를 어겼다가 적발되면 현장 지도와 경영진 면담이 이뤄지며, 개선이 안되면 영업 정지와 최고경영자 문책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3월까지로 예정돼 있으나 정보 유출 사태가 가라앉지 않으면 올해 계속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주부터 온라인 보험사만 빼고 모든 금융사의 전화 등을 통해 대출 모집이나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금융사 임원들에게 준수하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온라인 보험사가 제외된 것은 AXA다이렉트손해보험 등의 경우 업종 특성상 전화 등 비대면 채널로만 영업하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알짜 수익원인 카드슈랑스도 당분간 중지된다. 카드슈랑스란 카드사와 보험사가 연계해 판매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이 상품은 전화로 판매된다.
다수 전화상담원이 우수 고객을 위한 보험이라고 선전하면서 비과세 저축 보험 가입을 많이 권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 이자를 준다’, ‘연 50%의 이자율이다’, ‘정기 적금보다 낫다’며 현혹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중도 해지 시 원금 보장이 안 될 수 있다든가 10년 이상의 장기 상품이다라는 설명은 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 소지가 크다.
카드사가 보험사에서 받는 판매 수수료가 방카슈랑스 판매로 은행에서 받는 수수료보다 4~5배 많다. 카드슈랑스 판매는 2012년 1조5428억원에 달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하나SK카드 등은 최근 전화상담원을 이용해 보험 상품을 속여 팔다가 대거 적발돼 금감원의 중징계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는 영업이나 대출 모집 모두 중단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방카슈랑스처럼 은행 창구에서 보험 판매를 권유하는 등 대면 형태의 대출 모집이나 영업은 가능하다. 대출 모집인이나 대부 중개업자도 고객을 직접 만나 대출을 권유하거나 영업하는 경우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금융사는 27일부터 영업점 밖에서 이뤄진 대출 승인 시 불법정보 활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금융사는 고객에게도 대출 안내나 모집 경로를 직접 문의해야 계약이 이뤄진다. 모든 금융사는 27일부터 금감원에서 내려준 개인정보 관리실태 및 점검 체크리스트를 기초로 자체 점검에 돌입한다. 보안 규정 준부 여부, 정보 유출입 기록 관리 실태 등이 핵심이다.
금감원은 서민금융사기대응팀을 보강해 인터넷, 무가지 등의 개인정보를 사고팔거나 개인정보를 이용한 광고를 색출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는 그러나 이번 조치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의견이 많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카드회사와 은행들이 잘못에 엉뚱한 전화상담사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거나 “카드사 대출상담사 우리 엄마는 이제 실업자되겠네요”라는 글이 이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