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5일 또는 6일 남측이 편리한 날짜에 통일각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보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정부는 “북측이 우리 측의 제의를 수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5일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발송했다.
한·미 합동군사연습과 연계할 듯
북한의 입장 통보는 우리 정부가 오는 17∼22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지난달 27일 제의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서는 최소 2주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실무접촉으로 당초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2월 중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17일부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제의한 것은 이달 하순부터 시작되는 한·미 합동군사연습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해 극도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이 시간을 늦춰 키 리졸브 등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요구하는 카드로 이산가족 상봉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대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이 다음 달 실시하는 합동군사훈련은 한반도를 전쟁의 위험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이는 또한 남북한이 추진 중인 이산가족 상봉 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추석 계기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해놓고도 상봉 나흘 전에 행사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5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한이 우리가 제안한 날짜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상봉 행사를 열자고 역제의 하거나, 아예 날씨를 이유로 들며 3월 이후로 상봉 시기를 역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시간벌기로 도발 가능성도 상존
북한이 우리 측 제시 일정에 끌려가지 않고, 시간벌기를 통해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움직임도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북한 동향 정보사이트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결과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을 개량해 은하3호 보다 규모가 큰 미사일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발사대 높이는 47m에서 52m로 바뀌어 30m 길이의 은하 로켓보다 훨씬 긴 40∼43m짜리 로켓도 발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38노스는 또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의 엔진실험이 지난해 말과 올 1월 사이에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우리 측이 당초 제의한 17일에 상봉 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상봉 날짜는 실무 접촉에서 협의해 봐야겠지만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 고려해 최대한 빨리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