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은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도 나왔다. 북측은 오전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실무접촉에 응한 것은 중대제안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를 요구했다. 특히 북측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상봉 일자를 우리 측 제안보다 사흘 늦추면서 상봉 일부 기간이 키 리졸브 연습 기간과 겹치게 만들었다.
북한이 하루 만에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하며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무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 합의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비난에 활용하려는 명분쌓기용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극도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달 16일 발표한 중대제안도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가 골자였다. 앞서 지난해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키면서 내세웠던 빌미도 키 리졸브 연습이었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계속 걸고넘어지는 이유는 이를 빌미로 핵무기 보유의 정당화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대외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해외에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당장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실제 실시될지 불투명하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분명히 연계시켰고, 우리 정부도 이에 맞서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산상봉 행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과거 남북관계 수십년 동안 우리가 (북한이 약속을 뒤집는)그런 것들을 많이 봐왔고, 그래서 신뢰가 확대 재생산되는 그런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어제 합의했던 내용들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