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불쌍한 일본인들…청각장애 작곡가 사기극에 열도가 발칵

[전정희의 스몰토크] 불쌍한 일본인들…청각장애 작곡가 사기극에 열도가 발칵

기사승인 2014-02-07 10:24: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일본은 지금 청각장애 작곡가로 일본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사무라고치 마모루(51)가 벌인 희대의 사기극 때문에 충격에 빠져 있다. 중국과의 영토 분쟁 따위는 관심 밖이다.

사무라고치는 절대음감과 진동에만 의지한 작품 활동으로 ‘현대의 베토벤’으로 불렸다. 그만큼 일본 국민의 자부심이었다. 한데 그가 지난 18년 간 대리 작곡가로부터 곡을 받아 자신이 작곡한 양 발표했다는 것이다. 사무라고치가 “나는 35세에 청각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 사실 조차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리 작곡했다는 니카키 다카시(44·도호가쿠엔대학 작곡 전공 강사)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의 지시대로 곡을 써왔다”고 밝혔고 여기에 덧붙여 “사무라고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특별히 귀가 안들린다는 것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고 심지어 내가 만들어 녹음한 곡을 함께 들으며 의견을 말하더라”고 폭로했다. 또 "4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천재적인 실력을 갖췃다"는 얘기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니가키가 “지극히 초보적인 피아노 기술일 뿐”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난 18년 간 일본 국민은 NHK를 비롯한 미디어의 포장으로 그를 음악의 신으로 받아들였고, 일본의 자부심으로 가슴에 새겨 왔었다. 사무라고치 신화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형 영웅 탄생’이었던 셈이다.

당장 소치올림픽 출전 피겨 스케이팅 선수 다카하시 다이스케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가 쇼트 프로그램 테마로 사용할 예정인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티네’는 사무라고치 것으로 알고 이에 맞춰 국위선양을 하려 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사무라고치가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해 작곡했다는 피아노 소나타 2번도 사기곡이었다. 이 곡은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손열음에 의해 요코하마에서 세계 초연돼 화제를 모았는데 이 마저도 쑥스럽게 됐다.

주간지 ‘슈칸분슌’이라는 잡지의 폭로 보도가 아니었으면 일본 국민에게 ‘현대의 베토벤’은 역사와 신화가 될 뻔했다.

사실 일본 국민은 아시아의 선진 국가 시민답게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남을 배려하는 자세, 열심히 탐구하는 정신, 부지런과 청결함 등 우리가 배워야할 덕목이다.

한데 그들에게는 강자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국민성이 약점이다. ‘현대의 베토벤’ 사기 행각도 강자 숭배에서 나온 일본 국민성이 만들어낸 신화 창조인 것이다. 당연히 약자에겐 잔인할 정도로 매섭다.

그들의 그러한 자세는 자연재해가 빈번하고, 사무라이 중심의 전국시대 등을 거치면서 그들 DNA가 된 탓인데 문제는 그들 리더들이 이를 철저히 이용한다는 데 있다.

최근 일본 가고시마현 미나미큐슈시가 ‘가미카제 특공대’를 기리기 위해 그들이 남긴 기록물 333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다고 해서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했다. 어떻게 교주에 휘둘린 광신도들의 죽음과 같은, 즉 ‘자살특공대’의 기록물이 인류의 문화유산이 되는가 말이다.

바로 이러한 일본 국민의 인식이 ‘현대의 베토벤’ 사기사건과 맞닿아 있다.

그들은 편협한 지도자들이 내거는 국수주의적 슬로건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굴종한다. 그것을 염치고 예의라고 생각한다.

일본 총리 아베의 망언은 신화를 구하는 일본 국민의 절대적 지지 없이 불가능하다. 국민이 아베 망언을 격렬히 비난하면 어떤 지도자도 그러한 반평화적이고 폭력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댓글 등을 통해 격한 욕이라도 해가며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우리 국민은 권력자에게 늘 두려운 대상일 것이다. 이것인 시민사회이다.

우리는 일본과 달리 매일 매일 들끓는다. ‘윤진숙 장관 실언’에도, ‘김용판 무죄’에도 즉각 반응한다. 국민 대개가 속에 담아두지 않고 싫고 좋음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 국민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으로 통용되는 형식) 때문이라 이해되지만, 이제는 버려야할 봉건시대 유산이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마당에 아직도 이웃 국가를 적으로 삼고, 가미카제특공대를 투입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자세는 인류 평화에 도움이 안될 뿐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은 집단 우울증에 걸려 고립된 섬에 살아가는 이들 같다. ‘현대의 베토벤’ 사건이 단순한 문화계 사기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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