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익 챙겨주기에 급급한 복지부의 약값정책, 환자에 무조건 싼약 강요

병원 이익 챙겨주기에 급급한 복지부의 약값정책, 환자에 무조건 싼약 강요

기사승인 2014-02-07 10:38:00

‘환자는 싼약 먹고 병원은 인센티브 챙기고?’

[쿠키 건강] 약을 싸게 사는 병원에 정부가 예산으로 차액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상급종합병원의 배만 불리며 약가 인하효과도 거의 없어 환자들에게 이중 부담만 떠안게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단체는 “의약품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로 인해 보건복지부는 환자에게 약가 인하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병원에 인센티브만 제공하고 리베이트만 합법화해 환자들에게는 백해무익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환자에게 약가 인하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경실련 측은 “시장형실거래가격제는 ‘1원 입찰’ 등 병원들의 기형적인 저가구매 행태를 낳았다”며 “반면 제도 도입 후 매년 3~5% 가량의 의약품 가격이 인하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가격인하 반영률은 0.02%에 불과해 가격인하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병원에는 저가약 구매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환자들에게 돌아오는 약값에 대한 가격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도운영 결과에 따르면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1년 6개월간 시행한 결과에서 건강보험에서 지출한 총 인센터브 지급액 1996억 원 중 54.6%인 1000억 가량을 상급종합병원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약가 인하율과 그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절감액은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즉 실거래가 파악을 통해 약가인하를 위해 도입된 제도 도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의약품 관리료, 처방료, 조제료를 별도로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약가를 인정함으로써 국민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전가하고 약가의 이윤을 인정하지 않는 건강보험법 체계를 부정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실련 측은 “의사에게는 처방료를, 약사에게는 조제료를 지급해 약가 구매로 인한 이윤을 인정하지 않는 건강보험 지불체계를 왜곡시키며 우월적 지위를 지닌 대형병원의 약가 리베이트를 합법화해주며 건강보험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며 “이 제도는 상급종합병원의 배만 불리며 약가 인하효과도 거의 없고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양성화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복지부는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환자들의 약가 부담을 줄여준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약값이 1000원이면 환자부담이 30%(300원), 건강보험공단부담이 70%(700원)다. 그런데 병원이 제약사로부터 이 약을 500원에 구매하게 되면, 500원의 차익이 남는다. 정부는 이 500원의 차익을 병원에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불한다. 그리고 약을 500원에 사게 되므로 환자는 약값의 30%를 병원은 70% 부담한다. 즉 환자는 약값 500원에서 30%, 즉 150원의 약값만 부담하면 된다.
300원을 부담하던 환자가 150원의 약값만 부담하면 되므로 환자도 약을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맹호영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병원이 약을 저렴하게 구매하게 되면 약의 차액에 대해서도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며 “시장형실거래가제 시행으로 인해 병원은 정부에게 정확한 거래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확보되며, 환자에게도 저가약 구매로 인해 약값 부담이 줄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측의 주장은 판이하게 달랐다. 정부가 병원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환자, 즉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민간기업의 사적 투자를 공보험에서 지원하는 부당성을 지적했다. 경실련은 “결국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정책효과도 없는 ‘시장형실거래가격’제도를 더 이상 유지해야할 아무런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병원들이 저가약 구매에 급급해 환자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을 복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원광대병원의 시장형실거래가 도입 이후의 상황에서 우려가 현실화됐다. 원광대병원은 제도 도입 이후 고혈압치료제 등에 대해 오리지날의약품을 대부분 빼고, 5원 이하로 낙찰 가능한 복제약 의약품을 처방약으로 대거 등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환자들은 “병원에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싼약만 구매하려고 든다면 환자는 약을 선택할 기회도 없이 무조건 낮은 품질의 약을 복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맹호영 보험약제과장은 “모든 약은 식약처에서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아 허가된 의약품”이라며며 “오리지날 의약품에 비해 복제약 또는 다른 대체약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의사가 병원에서 적정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전제로 이러한 제도 시행을 고려한 것”이라며 “현재 전세계 보건당국은 저가에 비용으로 재정이 건전화되는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추세이며, 이러한 제도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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