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말 3억1000만 달러(3335억원)였던 위안화예금 잔액이 올해 1월 말 75억6000만 달러(8조1330억원)로 24.4배나 늘었다고 7일 밝혔다. 지난달 전체 외화예금은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예금 증가에 힘입어 49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외화예금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15.4%)은 달러화(74.4%)에 이은 2위로, 엔화(4.5%)와 유로화(3.9%)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다만 위안화예금의 전월 대비 증가액은 8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25억 달러 넘게 증가하던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도로 지난달 중순부터 위안화예금 유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중국계 은행지점과 국내 증권사에 위안화예금과 신탁상품 판매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위안화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위안화를 사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달러 차입으로 인해 단기외채가 증가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계 은행지점이 예치한 예금의 상당부분을 본토로 보냄에 따라 외화유출이 발생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요인이다.
이처럼 당국이 통제에 나서기 전까지 위안화예금 신탁상품은 공전의 히트를 쳤다. 국내 증권사들이 중국계 은행의 위안화 정기예금을 기초로 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상품을 만들어 대량 판매했다. 위안화예금 ABCP 상품의 금리는 연 3% 중반대로 국내 시중은행 금리(2% 후반)보다 높은데다 위안화 절상 시 환차익도 얻을 수 있어 기업뿐 아니라 고액자산가들까지 몰렸다. 저금리 기조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목말라 있던 투자자들의 구미에 딱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쏠림 현상이 외환건전성 등을 해칠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고, 언제 판매가 재개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