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욱 가톨릭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 학계 최초 류마티스 원인 규명
“아직까지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난 6년간의 연구를 통해 류마티스 활막세포가 암세포와 같은 공격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이 완치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서울성모병원의 성의회관 건물 12층에 위치한 연구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그의 연구실 내부에 환한 모습만큼이나 그의 ‘류마티스관절염’ 연구에 대한 열정도 빛났다. 그 주인공은 서울성모병원 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단의 김완욱(사진) 교수다. 그는 지난 1월 기자와 만난 인터뷰를 위한 자리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뼈와 관절이 파괴되는 원인을 규명해, 앞으로 이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강조했다.
◇원인 불명확한 ‘류마티스관절염’, 공격 ‘유전자’ 최초 규명= 대표적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류마티스관절염은 현재까지 원인 불명의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전 인구의 1% 내외에서 발생하는 중년 여성 질환으로 꼽힌다. 2011년 대한류마티스학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류마티스 질환 치료의 일인당 직접비용은 연간 800여만원, 류마티스 질환 관련 사망률 일반인의 2배에 달한다.
자가면역질환으로도 불리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해 2년 안에 심각한 관절 손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아직까지 뼈와 관절이 파괴되는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김완욱 교수의 연구를 통해 뼈와 관절이 파괴되는 기전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김완욱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한 환자의 울퉁불퉁해진 손을 보여주었다. 김 교수는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면역세포가 계속해서 정상적인 세포와 관절을 공격해 심각한 염증을 유발하면서 손이 퉁퉁 붓고 마디마디가 울퉁불퉁한 상태”라며 “하지만 그 동안 이러한 뼈와 관절이 파괴되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6년간의 집요한 연구 끝에 류마티스관절염의 발병기전을 규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선도형특성화연구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선도형 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단의 김완욱 교수팀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황대희 교수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류마티스 활막세포가 암세포와 같은 공격성을 가지게 되는 원인을 학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완욱 교수 연구팀은 환자로부터 얻은 활막세포의 유전자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공격성과 파괴성을 책임지는 13개의 후보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중 특히 페리오스틴과 트위스트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를 통해 류마티스 활막세포는 암세포와 같은 공격성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서 떼 온 활막세포에서 13개 후보 유전자 중 페리오스틴이나 트위스트의 유전자를 제거할 경우 공격성과 파괴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병든 류마티스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류마티스 환자의 활막세포를 생쥐에 이식한 동물실험 결과에서, 페리오스틴이나 트위스트라는 두 개의 유전자를 제거한 경우, 세포의 이동성과 공격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독창적 연구법 ‘시스템 생물학적 분석’, 학제간 융합연구가 핵심= 이번 연구는 연구방법론이 독창적이라는 점에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유전체의 시스템 생물학적 분석’이 앞으로 의학계에서 많이 쓰일 연구 방법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생물학,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한 수학적 통계 분석, 과학기술 등이 접목된 연구법이 이번 연구에 활용됐습니다. 앞으로 의학 분야에서도 단순히 임상시험에 의존한 연구 방식에 그치지 않고 수학, 과학, 생물학이 접목된 유전체의 시스템 생물학적 분석 연구가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김 교수는 유전체의 시스템 생물학적 분석이라는 새로운 분석기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선입견 없이 분석이 가능한 모든 유전자를 제로 수준으로 두고 그 생물학적인 의미를 수학적 분석기술을 이용해 추정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최종 확인하는 학제간 융합연구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새로운 분석기법을 질병 진단과 치료에 적용해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류마티스관절염의 새로운 발병기전을 발견한 것이다.
앞으로 그의 차기 연구 목표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화학연구원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약 개발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류마티스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콧대 높은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자신이 ‘기초의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연구를 진행한 지난 6년간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는 냉철한 기초의학 연구자로서, 따뜻한 의사로서, 류마티스관절염 대가로서 연구에 종횡무진 매진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일본과 같이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 중에서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나오길 꿈꿔본다”며 연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한편 김완욱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새로운 발병기전과 치료 목표를 학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고,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됐다. 또한 국내 최고 권위의 순수의학상으로 평가되는 제10회 화이자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류마티스 분야 최고 권위학술지인 미국류마티스학회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