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외교부와 이집트 정부, 부상자들에 따르면 폭탄 테러는 20대 남성 괴한이 버스 안으로 폭탄을 투척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테러범은 폭탄을 던진 뒤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오후 2시40분쯤(현지시간)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소속 성지순례 관광객 31명과 한국인 가이드 2명, 이집트인 2명(운전기사 1명·가이드 1명)이 탄 노란색 관광버스가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검문소 앞에 섰다. 이스라엘로 들어가기 위해 이집트 쪽 접경지역인 타바에서 출국수속을 밟으려던 참이었다.
버스 중간쯤 앉아있던 노순영씨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현지가이드가 출국수속을 위해 내렸다가 다시 버스로 탑승한 뒤 20대로 보이는 괴한 1명이 뒤 따라 오더니 버스 안으로 폭탄을 던졌다”고 말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 주변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노씨는 “앞쪽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중간에 앉은 사람들에까지 폭탄 파편이 날아왔다”고 전했다.
운전사를 포함해 버스 앞쪽에 자리했던 한국인들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몇 분 안돼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현장을 처음 목격한 아흐메드 알리 의사는 “다리 한쪽이 잘린 한국인 시체가 눈앞에 보였다”고 전했다. 다행히 버스 뒤쪽에 앉은 이들은 경미한 부상만 입었고, 나머지 15명이 인근 병원 두 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샤름 엘셰이크 국제병원에 입원한 이 교회 김동환 목사는 “버스 앞쪽에서 폭발이 일어나 앞에 앉아 계시던 분들이 많이 다쳤다”며 “몇 분만 지났으면 이스라엘로 넘어갔을 텐데…”라고 말을 흐렸다. 또 “당시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버스는 우리 일행밖에 없다고 들었다”며 “한국 사람이라서 (테러범이) 그랬던 것 같지는 않고 그 시간에 우리 버스가 오니까 그러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버스 탑승객 주미경씨는 “폭발음이 너무 커서 목사님은 귀에서 피가 흘렀고 아마 모두 고막을 다쳤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타바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10년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2004년 타바 힐튼호텔에서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해 관광객 등 34명이 죽고 159명이 부상당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모규엽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