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상수지 흑자는 저성장의 어두운 그림자… 내수 부진 '불황형 흑자'에 불과

한국 경상수지 흑자는 저성장의 어두운 그림자… 내수 부진 '불황형 흑자'에 불과

기사승인 2014-02-20 19:25:00
[쿠키 경제] 우리나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내수 부진 심화로 나타난 저성장의 어두운 그림자이며, 이 같은 ‘불황형 흑자’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영준 연구위원 등은 20일 ‘경상수지 흑자 확대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 마찰과 환율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흑자 원인이 내수 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일 경우 흑자 확대는 대내 구조적 문제점의 심각성을 대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16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 중이며, 지난해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육박하는 707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 급증은 내수 부진과 유가 하락, 고품질경쟁력 수출품 비중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상수지 결정 요인 가운데 가격변수(환율·유가)의 영향력은 점차 축소되는 반면, 물량변수(국내외 수요)와 고품질경쟁력 수출품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시장 침체,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투자 부진이 이어져 2011년 이후 경상수지에 대한 내수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흑자 폭이 커졌다.

예전에는 흑자 규모가 커지면 ‘기업이익 증가→투자·고용 확대→내수 회복’과 ‘원화가치 상승→상품수지 악화’의 경로로 경상수지가 조정됐다. 그러나 최근엔 기업이 국내보다 해외투자를 선호하고 환율의 경상수지 조절 능력이 약해져 불황형 흑자(경상수지 흑자+내수 부진)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일본도 80년대 후반 이후 생산기지 해외 이전으로 환율의 조절능력이 약화되면서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김 연구위원은 “적정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2.0~3.1% 수준”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 등으로 내수와 투자를 진작시켜서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천지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