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표절논란 뒤로 숨은 CJ… 문화 만들고 창조경제 응원하는 기업 맞나요?

영화음악 표절논란 뒤로 숨은 CJ… 문화 만들고 창조경제 응원하는 기업 맞나요?

기사승인 2014-02-25 16:07:01

[쿠키 문화] 영화 ‘수상한 그녀’ 보셨나요?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조만간 관객 8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평이지만 남녀노소 전 연령층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내용에 나문희, 심은경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대작이 쏟아졌던 예년 명절 극장가와 달리 별다른 경쟁작이 없었던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수상한 그녀’가 개봉 직후부터 화제가 됐던 것은 정작 다른 이유에서였습니다. 극중 주인공이 부른 곡 ‘한 번 더’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한 번 더’가 2인조 밴드 페퍼톤스의 정규 1집 수록곡인 ‘레디, 겟 셋, 고!’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명백한 표절’ ‘이건 표절이 아니라 번안곡 수준’ 등의 날선 비판도 쇄도했죠.

인터넷은 들끓었지만 영화 제작사(예인플러스)와 투자·배급·홍보를 맡은 CJ엔터테인먼트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난주부터 표절 의혹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나왔지만 CJ는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죠. 영화 하이라이트 부분에 나올 정도로 인상 깊은 노래가 표절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방관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실망한 관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원성이 빗발치자 지난 24일 결국 이 영화 음악감독이 직접 입을 열었습니다. 명백한 순수 창작곡이라며 표절 의혹을 전면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페퍼톤스가 “두 곡의 장르적 유사성을 논하기엔 표절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다”면서 법적 대응을 한다고 하니 어차피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부분입니다. 한편으로는 페퍼톤스 소속사의 좌장인 유희열이 CJ 케이블 채널인 tvN ‘SNL 코리아’에 출연한 적도 있으니 사건이 원만하게 봉합될 가능성도 큽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수상한 그녀’를 ‘새해를 여는 국민 코미디’라고 자신 있게 내세운 CJ가 민감하기 짝이 없는 표절 이슈를 해명하는데 왜 개봉 이후 한 달이나 걸렸는지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평소 CJ가 영화 홍보에 일가견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CJ가 미적거리는 동안 영화 관객들과 페퍼톤스 팬들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만약 대형기획사에 소속된 유명 가수의 곡이었어도 CJ가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했을까요.


CJ는 매일 TV 광고 속에서 문화를 만들고 창조경제를 응원한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표절 논란을 방치한 채로 영화를 계속 상영하고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판매하는 것은 문화를 이끌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진 기업의 자세와는 거리가 멉니다. 지난해 CJ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습니다. 추억의 1990년대 구석구석을 밀도 있게 담아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드라마 소품에 일일이 신경 썼던 것처럼 영화 속 작은 부분 하나 하나도 놓치지 않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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