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 언론 통제? … 明報 전 편집장 대낮에 피습

중국의 홍콩 언론 통제? … 明報 전 편집장 대낮에 피습

기사승인 2014-02-27 20:36:00
[쿠키 지구촌] 중국 정부의 홍콩 언론 통제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홍콩 유력지 명보(明報)의 전 편집장이 백주 대낮에 피습당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명보가 최근 중국 고위인사들의 탈세 혐의를 기사화하는 등 이번 공격이 중국 지도부를 겨냥한 보도와 깊은 관련이 있을 거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명보는 지난달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중국 전·현직 고위 지도층의 자녀 및 친인척이 역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2000년부터 대규모 탈세를 해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탐사보도에 홍콩 측 파트너로 참여한 명보는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명단에 시 주석의 매형인 덩자구이가 포함돼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 중국 언론은 대부분 침묵했다.

이번에 피습당한 케빈 라우 춘-토(劉進圖·49) 전 편집장은 보도 직전 갑작스레 교체됐다. 중국 정부의 외압 논란이 불거졌고 명보는 편집장 교체에 항의하는 의미로 지난달 20일자 4개 칼럼에서 ‘글을 삭제해도 입을 막기는 어렵다’라는 제목만 소개하고 내용은 비워 둔 채 칼럼면을 발행했다. 며칠 뒤 탈세 기사도 그대로 내보냈다.

이 때문에 명보 ‘길들이기’가 먹히지 않자 중국 정부가 라우 전 편집장에 대해 보복성 공격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라우 전 편집장은 26일 오전 출근길에 괴한 2명으로부터 흉기로 공격당했다. 괴한은 수초 만에 라우 전 편집장의 등과 다리 등 6곳을 손도끼로 찌른 뒤 공범이 모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고 홍콩 경찰은 밝혔다.

홍콩 경찰 소식통은 “경고를 하기 위해 죽이지는 않고 불구를 만드는 조직폭력단의 전형적인 공격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라우 전 편집장은 등에 16㎝ 깊이의 상처를 입고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이 위태롭다.

잔인한 공격에 홍콩은 충격에 빠졌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사건 직후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클리포드 하트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도 이례적인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보는 사건 관련 정보제공자에 100만 홍콩달러(약 1억4000만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