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37사단에서 복무 중인 김승훈(22) 병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레바논 평화유지군 동명부대에서 운전특기병으로 복무했다. 파병 기간 중 매일 5~10㎞씩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다지던 그는 어느 날 ‘1㎞ 달릴 때마다 1달러씩 적립해 기부하겠다’고 결심했다. 유럽의 한 나라에서 1㎞ 달릴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우연히 전해들은 게 계기가 됐다.
김 병장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매일 달리기를 거르지 않았다. 파병 6개월 동안 그가 부대 안에서 달린 거리는 1024㎞였다. 그는 귀국 후인 지난 21일 유엔난민기구(UNHCR)의 국내 계좌로 1000달러를 송금했다. 김 병장은 UNHCR에 기부한 이유에 대해 “짧은 파병 기간이었지만 내전 속 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울산 출신인 김 병장은 고등학생이던 2008년 울산 동구의 보육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운동도 하고 공부도 가르쳐주며 기부와 봉사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지난해 1월부터는 8만~10만원인 사병 봉급에서 매달 1만5000원씩 유니세프에 보내고 있다. 휴가 기간인 30일에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달린 거리만큼 일정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김 병장은 5월 전역하면 다시 한번 레바논을 찾아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게 꿈이다. 2003년 시작된 이 대회는 평화와 사랑을 상징하는 레바논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 자리 잡았다.
김 병장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역 후엔 학생 신분이라 수입은 일정치 않아도 항상 봉사하며 살고 싶다”면서 “기부 달리기도 계속해 1m당 1원이라도 더 나누려 한다. 금액은 적을지라도 나눔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더 채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