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3년도 연차보고서’를 보면 금융위기 이전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취업자수 증가폭이 유사한 흐름을 보였으나 위기 이후에는 두 지표의 상관관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실업률이 1% 포인트 오를 때 생산이 2~3% 포인트 떨어진다는 법칙을 도출했다. 우리나라에선 1971~98년 사이에 실업률이 1% 포인트 증가할 때 생산이 3.6% 포인트 감소(오쿤계수 -3.6)했다. -3.6이던 오쿤계수는 금융위기 이후 -0.31로 절대적 크기가 대폭 줄었다.
경기와 고용 흐름이 달라진 이유로 한은은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50~60대 은퇴연령층이 늘어난 것과 서비스업 고용 및 일자리 나누기의 확산을 지목했다.
50~60대는 자녀세대 취업난과 사회보장제도의 미비 등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 중 상당수는 현업에서 은퇴한 뒤 영세 서비스업으로 진입한다.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에선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또 금융위기 이전엔 저임금 노인 일자리가 8만개에 불과했으나 위기 이후 정부의 노력으로 3배 가까이(22만개) 증가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향상된 것도 고용 증가세에 한몫했다. 기업들은 기존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고용 상관관계의 변화는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한은은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나타나는 고용 증가세는 경제 전체 생산성의 정체나 하락으로 이어져 고용 증대의 성장효과를 제약하고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은퇴세대가 주로 진입하는 서비스업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