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은행의 일본 현지법인 1곳(신한은행)과 지점 5곳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84억2800만 달러로, 2011년보다 2억4000만 달러 늘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011년 4952만5000달러에서 지난해 3976만6000달러로 975만9000달러(19.7%) 감소했다.
특히 최근 자살한 김모(56)씨가 지점장으로 있었던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경우 2011년 1216만 달러이던 순익이 지난해 738만 달러로 40%가량 급감했다. 순익 감소에 따라 5개 은행 현지 점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0%에서 0.47%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은행권 전체 해외 점포의 ROA가 0.83%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해당 은행들은 일본의 경기 침체와 현지 금융당국의 자산건전성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안팎에선 일본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 사정이 서로 엇비슷하기 때문에 이미 적발된 KB국민·우리·기업은행 외 다른 은행들 지점에서도 부당대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본에선 대출을 받은 고객이 은행 직원에게 사례금을 주는 리베이트 관행이 남아 있다. 일본 은행들은 이 리베이트를 회계 처리하는 반면, 국내 은행 현지 점포에선 이를 개인적으로 챙기거나 비공식적인 비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지점장을 지낸 한 은행 임원은 “부당대출 사건은 해당 직원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만, 일본에선 자금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국적이 없는 동포나 한국 기업인 등은 일본 은행 대신 한국계 은행을 찾는데 이들의 자금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브로커가 끼어드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부당대출이 적발된 곳은 일본 도쿄지점뿐이지만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해외 점포는 150개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당대출이 일본에서만 일어났을 것으로 보는 것은 난센스”라며 “규모나 수법에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다른 해외지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