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탈출했더니… 태국서 인신매매에 갇힌 로힝야족

미얀마에서 탈출했더니… 태국서 인신매매에 갇힌 로힝야족

기사승인 2014-04-11 21:13:00
[쿠키 지구촌]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다는 이유로 미얀마 내 소수민족 중 가장 심한 차별을 받고 있는 로힝야족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2012년이었다. 그해 6~10월 미얀마 서북부의 라카인주에서 주류 주민인 불교도들과 로힝야족 사이에 유혈충돌이 발생, 200명의 로힝야족이 숨진 것이 계기였다.

당시 미얀마 정부의 언론통제로 제때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아 라카인주에 살던 80만명의 로힝야족 가운데 14만명가량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태국을 거쳐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로 가려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영국 로이터통신은 “태국에 당도한 수천 명의 로힝야족이 태국 당국의 방조 하에 지난 2년간 인신매매 조직에 넘어간 정황이 확인됐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얀마에서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들을 찾아 인터뷰한 결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국 국경에서 난민수용소에 감금된 다음 인신매매 조직에 넘겨진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인권감시단체인 ‘아라칸 프로젝트’의 크리스 리바는 로이터에 “지난해 태국 국경의 난민수용소를 거쳐 간 로힝야족이 약 4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수용소에서 한 사람당 2000달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감금돼 일해야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힝야족이 미얀마에서 시민권조차 박탈당한 점을 악용, 이 돈을 내지 않으면 미얀마로 추방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다. 수용소에서는 고문도 자행됐다. 돈을 못 낸 이들은 한 사람당 2000달러에 인신매매 조직으로 팔려갔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지난달 미국 국무부에 제출한 ‘인신매매 검거현황 보고서’에서 피해자 가운데 로힝야족은 단 한명도 없다고 적시했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2012년 592명에서 2013년엔 1020명으로 파악됐으며 피해자 중 141명이 미얀마 출신이지만 태국 정부는 이들이 로힝야족이란 점을 부인했다. 이어 인신매매 피의자에 대한 유죄판결이 2012년 49명에서 2013년 225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만 강조했다.

로이터는 “태국이 2017∼18년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도전을 선언한 상태로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된 인신매매 발생률을 낮추려고 안간힘”이라며 “로힝야족의 인신매매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이 시민권을 박탈당한 무국적자란 논리를 앞세워 불법이민 문제로만 취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태국 국경의 로힝야족 난민수용소를 급습, 인신매매 조직을 검거한 타차이 피타니라붓 태국 경찰은 로이터에 “로힝야족에게 말레이시아로 보내주겠다고 접근해 수용소에 감금한 뒤 인신매매하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며 “인신매매 연합체가 이런 식으로 월 31만 달러(약 3억20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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