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둘러본 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에는 노란색 쇼핑카트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동아리연합회건물 지하 1층에 버려진 카트는 맥주 캔과 우유팩 등 쓰레기로 가득했다. 산학협동관 1층 엘리베이터 옆에는 카트 12개가 마트 입구에서처럼 차곡차곡 놓여 있었다. 학생회관 운동장 등 캠퍼스 구석구석에서 이날 발견된 카트는 40여개. 대부분 바퀴가 마모되는 등 많이 훼손된 채였다. 학생 김모(24·여)씨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 모르겠다. 가끔 친구들이 책 옮길 때 쓰는 걸 봤다”고 했다.
방치된 카트들에는 ‘쇼핑카트는 이마트의 자산으로 외부 이동이 불가능합니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모두 학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 자양점에서 가져온 것이다. 학생들이 MT나 개강파티, 축제를 준비하면서 물품을 구입하고 그대로 끌고 와 반납하지 않은 거였다.
2007년 2월 문을 연 이마트 자양점은 2010년 11월까지 철제 카트를 쓰다 실내용에 적합한 노란색 플라스틱 카트로 교체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사라진 카트가 300개를 넘었다. 골머리를 앓던 이마트 측은 지난해 5월 건국대 캠퍼스에서 쇼핑카트 200여개를 회수한 뒤 학교 측에 ‘카트를 가져가지 말아 달라’는 협조 공문까지 보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분실된 카트 때문에 6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카트 도난 방지용 시설물을 추가로 설치하기가 어려워 층마다 안내문만 붙여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건국대 측은 “카트 문제는 총학생회에서 맡고 있다”고 밝혔고 총학생회 관계자는 “카트 회수 관련 업무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대형마트 인근 아파트단지마다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마트 주변 아파트단지와 거리 곳곳에도 이날 카트 수십대가 방치돼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주일에 사흘 인근 아파트단지로 카트를 회수하러 나가는데 한 번에 30여개씩 찾아온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