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훈장반납 후 이민, 씨랜드 김순덕씨 “그때와 다를 게 없다”

[세월호 침몰 참사] 훈장반납 후 이민, 씨랜드 김순덕씨 “그때와 다를 게 없다”

기사승인 2014-04-24 10:17:00

[쿠키 사회] 1999년 씨랜드 유치원생 화재 사건 당시 아이를 잃고 훈장을 반납한 뒤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김순덕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씨는 “저희 때와 다를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 가족들을 정말 일으켜 세워주실 분들은 국민들 밖에 없다”라며 “그분들의 힘이 되어줘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연결에 초대됐다. 사회자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꼭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 초대했다”고 했다. 15년전 씨랜드 화재 당시 6살 아이를 잃은 김씨는 “저희 (씨랜드) 유족 분들과 통화를 했는데, 저희 때와 다를 게 아무 것도 없이, 변한 게 없구나라고 말씀하시더라”라고 했다. 김씨는 씨랜드 참화 일년 뒤 가족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그가 통화했다는 사람들은 서울에 남아있는 씨랜드 유족이다. 당시 씨랜드 화재로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4명이 숨졌다. 당시 정부는 화재 원인을 모기향이라고 지목했는데, 유가족은 모기향으로 불이 붙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김씨는 “실종자 가족 분들과 지금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말 정말 실망감과 자괴감에 빠져있을 것”이라며 “그분들을 정말 일으켜 세워주실 분들은 국민들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아닌 국민 뿐이란 뜻이다. 이어 “사고 처리를 잘 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정말 다 지켜봐 주셨으면 감사하겠다”라고 했다. ‘정말’이란 말을 연이어 쓰며 간절함을 나타냈다. 김씨는 다시 한번 “그분들의 힘이 되어 줘야 됩니다”라며 “그 일이 다름 아닌 다 우리들 일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영광에 훈장까지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 간 일에 대해 김씨는 “모든 부모님들이 아마 저와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저희 아이들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종결됐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아이한테 해준 게 하나도 없어서, 해줄 수 있는 힘이 없어서, 그래서 훈장을 반납하고 이민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소식에도 “부부가 얼굴만 바라보면서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넋 놓고 보고만 있었다”라며 “그러고 난 다음부터는 멘붕”이라고 했다. 이어 안산 단원고 피해 학부모들에 대해 “그 부모님들 저희와 똑같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까. 그리고 또 저희도 똑같은 그 15년 전의 상황으로 다시 가서 똑같이 겪고 있다”라며 “그래서 사실 서울에서 (온) 전화를 받는 게 무섭다”라고 말했다. 15년간 변한 게 없는 대한민국, 애가 끊어지는 부모들의 절규다.

사진=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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