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환갑여행' 생존자 증언… "선장은 삼각팬티 차림이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환갑여행' 생존자 증언… "선장은 삼각팬티 차림이었다""

기사승인 2014-04-24 11:38:00

[쿠키 사회] “제 때 ‘퇴선명령’만 내렸어도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겁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생존자인 이중재(60)씨와 김정근(60·인천 을왕동)씨는 지난 23일 인천 중구 인항로 인하대병원 병실에서 기자와 만나 ‘생지옥’에서 살아난 상황을 얘기하며 안타까워했다.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다른 동창 15명과 함께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환갑 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이씨 등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50분쯤 선실에 누웠는데 갑자기 좌우로 배가 심하게 요동을 쳤고 20~30초 만에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배는 천천히 기울었기 때문에 제때 대응만 했어도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씨는 “배가 기우뚱하더니 가방들과 친구들이 한쪽으로 쏠렸고 필사적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며 “세월호를 탈출할 때까지 ‘퇴선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스스로 죽음의 문턱을 넘어야 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선실 방에서 밖으로 나온 김정근씨는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승무원 박지영(22·여)씨를 만났다. 박씨는 3층 식당과 방 사이에 있는 안내데스크 부근에서 다람쥐처럼 천장에 매달려 무전기에 대고 여러 차례 “퇴선시킬까요”라고 묻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않은 듯 했다.

배가 기울며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박씨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주고 있었다고 한다.

이씨의 눈에는 많은 학생들이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보였다.

김씨는 3층 입구의 장의자를 붙잡고 있다가 위에서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지는 두 사람과 충돌해 큰 부상을 입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3층까지 문이 차올랐다. 그 때 해양경찰의 고무보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전 9시30분쯤이었다. “튀어”라고 말하는 순간 학생들이 바다로 떨어졌다. 민간인 중 첫 번째로 구조된 그는 해경 경비정으로 옮겨졌다. 거기에는 삼각팬티와 티셔츠를 입은 채 떨고 있는 세월호 승무원이 있었다. 김씨는 그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진도한국병원에 가서야 그가 선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의 행태에 치가 떨렸다.

이씨는 사고 당시 받은 충격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인천시와 협의를 통해 부상자와 가족 등 40여명을 대상으로 침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에 대한 무료진료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정창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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