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끔찍한 인권침해” 오바마 직격탄에 당황한 일본

“위안부 끔찍한 인권침해” 오바마 직격탄에 당황한 일본

기사승인 2014-04-25 23:26:00
[쿠키 정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치 지도자와 국민의 올바른 인식의 중요성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주문했다. 과거사에 대한 인식 정립 없이는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변화의 주체가 일본이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일 두 나라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과거사 해결을 위한 일본의 실천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과 비교해 보면 한·미 간에 미묘한 시각 차이를 드러낸 측면도 있다.

◇오바마 “끔찍한 인권침해” 직접 거론=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This was a terrible and egregious violation of human rights)”라고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일 과거사 문제의 상징처럼 부각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3국인 미국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처럼 높은 수준의 표현을 한 전례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전쟁 상황임을 감안해도 매우 쇼킹(shocking)한 일이었다”며 “우리는 그들(위안부 피해자) 목소리를 들어줘야 하고, 그들은 존중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려져야 한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일본 국민들은 과거에 대해 보다 솔직하게 공정하게 인식돼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 변화와 위안부 문제에 해결책 마련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성노예(sex slave)’ 대신 우리 인권단체들의 주장대로 ‘위안부(comfort women)’로 표현한 것 역시 우리 입장을 최대한 수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언급은 전날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해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위해 노력해 온 미국 측을 당혹스럽게 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은 ‘한·일 간 미래’, 한국은 ‘일본의 실천’에 방점=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은 실제로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일본과 한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라며 ‘미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과거사를 둘러싼 긴장을 해소하는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고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위안부라는 특정 사안에 대해선 한국 입장을 적극 반영하면서도, 과거사가 외교나 정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일본 주장을 절충시킨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기엔 미국의 양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 없이는 자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 이행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거듭 강조한 박 대통령 언급과 비교하면 온도 차이가 여전히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지난 3월 한·미·일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회담 전 일본 지도자가 보인 여러 약속들이 있다”며 “무라야마나 고노담화를 역대 정부와 같이 계승하고, 위안부 피해자 분들에 대해 성의 있는 해결을 위해 힘쓰겠다는 얘기들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모멘텀을 살려나가려면 아베 총리가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혹스런 일본? “행동촉구” 해석도=일본은 오바마 대통령의 위안부 언급에 당혹스러운 듯한 반응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일본 측에 은근히 행동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부장관은 한 방송에서 “아베 총리는 필설(筆舌)로 다할 수 없는 괴로움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며 “정치·외교문제화할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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