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은 ‘무증상’이 증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병이 많이 진행됐을 때 비로소 신호를 보내온다. 이 때문에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한 뒤 비로소 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염으로 인해 아픈 것도 서러운데 ‘내 아이에게까지 유전된다’ ‘술잔만 돌려도 간염에 걸린다’는 등의 속설은 더 힘들게 만든다.
간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송명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B형 간염보균자 바이러스 전염된다?= A형, B형, C형 간염은 발생 원인 및 전파 경로, 질병의 경과도 각각 다르다. A형 간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 섭취로 전염되며 만성 간질환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대부분 합병증 없이 회복되지만 일부 고령의 환자에서는 매우 심한 전격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나라의 급성 및 만성 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모자간 수직 전파되는 것이 주된 전파 경로이다. 이외에도 비위생적인 주사바늘, 침, 면도기 등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간혹 B형 간염 보균자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간염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것은 아닐까 오해를 받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B형간염보균자는 바이러스가 몸 안에 있긴 하지만 활동하지 않아 염증반응이 없다.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전염력이 없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비위생적인 주사바늘, 면도기 등을 통하여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C형 간염환자의 약 30%는 정확한 전파 경로를 모르는 상태이다.
◇간염은 유전된다?= B형 간염 보균자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유전 여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간염은 유전되지 않는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감염’ 되는 것이다. 보균자인 어머니가 출산할 때 아이에게 수직 감염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출산한 아이를 바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아이는 ‘보균자’ 상태가 된다. 아이에게 유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출산 전 감염을 막기 위한 노력을 통해 바이러스가 수직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라면 임신 전 B형 간염 백신과 함께 면역글로불린(HBIG)를 접종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드물게 일부의 간질환은 유전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윌슨병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그 원인 유전자가 보통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된다. 확실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자가면역성 간염이나 특정 약제에 의한 독성 간염이 발생하는 과정에도 유전자 변이가 관련이 있는 경우가 있어 유전의 가능성이 있다.
◇간염이 간암을 일으킨다?= 만성 B형, C형 간염으로 인해 오랜 시간 간세포가 파괴되고 재생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복수, 황달, 식도정맥류, 간성 혼수 및 간세포암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간암은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예방도 쉬운 편이다.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지방간만 제대로 예방·치료해도 간암 발병 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고, 금주·금연·유산소 운동 등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간염 중 B형 간염이 가장 위험하다?= 우리나라의 간암 원인은 B형(70%) 간염 바이러스가 가장 많고, C형(20%)이 뒤를 잇는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보유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간암의 발생 빈도가 높은데 우리나라는 100명 가운데 5∼7명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로 세계적인 B형 간염의 유행 지역이다.
연구에 따르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암의 발생 위험도가 10∼30배 이상 높다. 또한 만성 B형 간염의 자연 경과 및 치료 효과는 지역 및 인종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우리나라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의 진행이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보다는 임상 경과가 비교적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대부분(75∼80%) 만성화하기 때문에 간경화·간암과 같은 치명적인 간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또한 C형 간염은 관리가 되지 않은 경우 병이 진행된 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A형 간염은 계절과 나이의 영향을 받는다?= A형 간염은 야외활동이 많은 봄, 20∼30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A형 간염은 먹을거리나 감염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서 전염된다. 위생상태가 불결할 때 감염되기 쉽다. 조개 등의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그냥 먹었을 때, 인분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과일을 깨끗한 물에 제대로 씻지 않고 먹는 것도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A형 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감기와 비슷한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다. 증세가 악화되면 식욕이 떨어지고 복통, 구역질, 구토, 설사, 황달, 우상복부 통증 등을 호소하게 된다. 야외활동 후 콧물과 기침이 없고 심하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소변색이 짙어졌다면 간염을 의심해 봐야한다.
◇B형 간염은 줄고 C형 간염은 증가한다?= B형 간염은 감염 경로와 원인이 밝혀지고 백신이 개발되면서 점차 환자가 줄고 있는 반면, C형 간염은 최근 증가세에 있다. C형 간염은 A형 간염이나 B형 간염과 달리 아직 개발된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B형간염과 달리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통한 완치율이 80%에 이르기 때문에,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되는 위험률을 3분의 1이하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