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규모가 올해 안에 미국을 앞지를 거란 근거는 세계은행이 구매력평가(PPP) 기준을 적용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재산정한 결과다. 세계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1 국제비교프로그램(ICP)’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구매력평가 기준 중국의 GDP 규모는 미국의 87%에 이른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2011~201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입하면 올해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앞지르게 된다고 FT는 전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중국 GDP는 24%의 증가율이 예상되는 반면 미국은 7.6%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란 것이다.
IMF가 2012년 집계한 미국 GDP 규모는 16조2000억 달러이고, 중국은 8조2000억 달러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2년 만에 중국 GDP 규모가 미국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지 않는다. 하지만 구매력평가 기준을 적용해 재산정하면 결과는 달라진다는 게 세계은행과 FT의 설명이다.
구매력평가는 환율은 물론 물가까지 전 세계가 같다는 조건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환산한 수치다. 나라마다 물가가 다른데 단순히 달러로 표시된 각국 GDP를 통해 국가별 경제규모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이 때문에 구매력평가 기준 GDP는 최근 들어 실질적인 경제지표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FT는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재산정하면 중국 GDP는 이미 7년 전인 2005년 미국의 43%였으며, 2011년에는 87% 수준으로 급증했다. 아울러 인도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규모로 뛰어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GDP는 2005년 미국의 19% 수준에서 2011년엔 37%로 급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소득 수준이 낮아도 빠르게 성장 중인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이 세계 경제 12위권에 안착했다. 반면 높은 물가와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영국, 일본 등은 경제규모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FT는 “그동안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 GDP가 2019년쯤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구매력평가를 적용한 결과 기존 전망보다 5년이나 앞당겨졌다”며 “앞으로 신흥경제국의 경제력이 국제 경제 질서 재편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