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틀 만에 반등, 2.6원 오른 1033.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4.4원 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8일(1027.9원) 이후 최저 수준인 1030.6원까지 밀렸다.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73억5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28억5000만 달러나 늘어난 데다 월말과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집중되면서 가파른 환율 급락세가 나타난 것이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가치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달러가치 하락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내년 하반기까지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07년 말에 비해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각각 9% 이상, 15% 이상 상승한 반면 원화가치는 10% 이상 떨어져 국제적으로 원화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퍼져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원·달러 환율이 균형 수준보다 8% 가량 저평가된 수준으로 추가적인 환율 하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장기균형 수준을 추정한 결과 최근에는 5% 내외로 고평가됐다”는 반박 보고서를 냈다. 그러면서 달러당 1122∼1134원이 적정 환율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적정 환율은 추정 방법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무역 가중치까지 고려해 실질실효환율을 추정하는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원화가치는 지난 2월 현재 7.6% 과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환율을 평가하는 데 이용하는 ‘빅맥지수’로 환산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3월 현재 ‘빅맥’(맥도날드 햄버거)은 개당 4.62달러인데 한국에서는 빅맥이 개당 4100원에 팔리고 있다”며 “빅맥지수에 따르면 원화의 균형환율은 미 달러당 887.5원인 셈”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또는 원·엔 환율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우려된다”며 “정부는 외환 수급 변동과 단기자본 유출입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입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수출 감소에 따른 이익감소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어 급격한 환율 변동만 없다면 수출기업이 받을 악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선까지 떨어지더라도 국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보다 0.35%포인트밖에 줄지 않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한은은 외환 변동성이 너무 커져 쏠림현상이 생기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어 급격한 원화 강세 심리를 차단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