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입견이 영 틀린 건 아니지만 디지털시대에서 세계 무역의 이미지를 담아내기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가
세계 무역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값싼 물건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지식 기반 상품과 정보 서비스가 세계 무역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MGI는 디지털시대의 세계 무역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국가 간 상품 교역뿐 아니라 서비스, 금융, 인적 교류, 정보의 흐름까지 측정했다.
수잔 룬드 MGI 연구원은 “통상적인 상품 교역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세계 무역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성장하고 있는 부문은 지식 중심의 상품과 정보 서비스였다”고 말했다.
MGI에 따르면 2012년 상품, 서비스, 금융 부문 세계 교역량은 26조 달러에 이른다. 이중 지식 집약적 상품 및 금융 부문 교역량이 절반에 가까운 12조6000억 달러를 차지했다. 의류, 장난감 같은 노동 집약적 상품 교역량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룬드 연구원은 미국기업이 브라질에 공장을 짓는 것과 미국 헤지펀드가 브라질 채권을 사들이는 것을 예로 들었다. 둘 다 동일한 투자 금액을 투입하지만 경제 효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공장 짓기는 쉽사리 변경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헤지펀드는 언제든 브라질 채권 매입을 철회할 수 있다. 그는 “디지털시대의 세계 무역은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다”며 “노동, 자본보다 지식과 정보가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참여 기회가 늘면서 세계 교역량이 2025년쯤엔 54조~85조 달러로 2012년보다 두 세배 급증할 것으로 MGI는 전망했다. 아울러 이들 국가가 세계 무역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MGI가 상품, 서비스, 금융, 개인, 정보의 흐름을 종합해 각 국가가 세계와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 독일이 1위, 홍콩 2위, 미국이 3위로 집계됐다. 아직은 선진국의 ‘세계 무역 지수’가 상위권을 차지한 모습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MGI가 1995년 당시 분석한 세계 무역 지수와 비교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는 19단계, 인도는 16단계, 브라질은 15단계나 뛰어올랐다. MGI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단순한 석유 교역에서 벗어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상품화한 덕분이고 인도는 서비스, 브라질은 금융 산업 발달에 힘입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 일본, 중국은 나란히 20, 21, 22위를 차지했다.
NYT는 “지식·정보산업이 세계 무역을 주도할 거란 예측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MGI가 이런 흐름을 수치화해 양적으로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