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대량학살'의 현장… 나이지리아 보코하람

이슬람 무장단체 '대량학살'의 현장… 나이지리아 보코하람

기사승인 2014-05-08 20:10:01
[쿠키 지구촌]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는 7일(현지시간) ‘아프리카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제24회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렸다. 리무진차량이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비즈니스맨들을 실어 나르고 시내 호텔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다. 포럼을 찾은 리커창 중국 총리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같은 시각 나이지리아 동북부 국경도시 감보루 응갈라에선 주민 와지리 하산씨가 넋이 나간 채로 가족 시신을 찾고 다녔다. 5일 대낮에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마을을 습격해 닥치는 대로 주민을 총으로 쏴죽이고 집을 불태웠다. 대량 학살이 자행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마을엔 정부군 한명 보이지 않고, 거리에는 시신이 나뒹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응갈라 사망자가 최소 336명 이상이고, 전날에는 보코하람이 276명의 여학생 대량 납치를 시인하고 인신매매 협박을 했다”면서 “하지만 아부자에서 발행되는 신문에는 이런 사건이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코하람의 만행을 감추기 급급한 모양새지만 이제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정부가 직접 해결하라’는 국제적인 압박을 받게 됐다. 올 들어서만 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보코하람에 희생됐으며 지난달 납치된 276명의 10대 여학생들의 대다수도 생사를 알지 못한다.

연이은 대량 납치와 학살에 세계 각국의 이슬람 지도자들도 보코하람을 규탄하고 나섰다. 보코하람이 이슬람 가르침을 곡해해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란 뜻을 가진 보코하람에 대해 미국 뉴욕대 칼리드 라티프 이슬람센터장은 허핑턴포스트에 올린 기고문에서 “이슬람교에서 교육은 기본적인 권리로 선지자 무함마드도 지식 추구를 무슬림의 의무라고 가르쳤다”며 “전 세계 무슬림들이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무크타르 고마 이집트 종교기금부 장관은 “보코하람의 행태는 순전히 테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나이지리아를 이슬람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200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보코하람은 2009년부터 테러활동을 본격화했다. 특히 알카에다와 협조관계를 통해 군사력을 갖추고 주민들에게 이슬람율법을 강요하며 군림하고 있다. CNN은 “몇 년 전부터 테러전략이 정부군에서 민간인으로 타깃을 바 꾸고 있다”며 “서구사상에 물든 이들을 죽임으로써 이슬람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합리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2009년 이후 보코하람 테러로 인한 사망자를 1600여명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나이지리아 남부와 달리 북부의 높은 빈곤과 실업률 등이 이곳에 근거지를 둔 보코하람의 세력 확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너선 대통령은 남부 출신이다.

나이지리아 대통령 대변인인 도인 오쿠페는 이날 “여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보르노주에 2개 대대 병력과 1000명 규모의 특수부대원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들은 정부군이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더군다나 정부군이 여학생 구출 작전에 모두 투입된 사이 응갈라에선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은 특수부대 지원 등을 제안했지만 나이지리아 정부는 아직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일각에선 보코하람에 정부 인사나 군 조력자가 있다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