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강남 한복판서 건물 붕괴로 가스 누출… 또 안전불감증

토요일 오후 강남 한복판서 건물 붕괴로 가스 누출… 또 안전불감증

기사승인 2014-05-11 19:02:00
[쿠키 사회] 주말 오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철거공사 중이던 건물이 무너졌다. 가스 배관이 차단되지 않은 상태로 철거작업을 진행하다 건물이 붕괴되면서 가스가 유출돼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번질 뻔했다.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고 1876가구에 2시간가량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하철 추돌사고에 건물 붕괴까지 잇따르면서 안전사고 대비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낮 12시5분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도로변에서 철거공사가 진행되던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이 붕괴됐다. 건물 잔해가 공사장 가림막 밖으로까지 쏟아져 주차된 차량 2대가 파손됐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는 건물의 수평 증축 공사를 위해 4층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5층은 1주일 전 철거가 완료됐고 사고 당시에는 인부 4명이 가림막을 설치한 상태에서 굴착기로 4층 시설물을 철거하는 중이었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4층 우측 기둥 2개를 철거하다 그 충격으로 좌측 기둥 2개까지 함께 무너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철거공사는 가스 배관이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건물에 유입되는 가스는 지하에 매설된 ‘인입배관’과 외벽에 설치된 ‘입상배관’을 차례로 거쳐 층마다 연결되는 ‘내관’을 통해 건물 내부로 공급된다. 사고 당시엔 철거업체가 직접 내관만 잠근 상태였다. 지하배관과 입상배관으로는 가스가 유입되고 있었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이나 건축사업법 등에는 건물 증·개축 공사 때 가스 공급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가스 밸브가 열린 채로 건물을 부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철거업체는 사고 하루 전 가스공급업체에 12일 지하 인입배관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해 놓고도 이를 기다리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11일 “사고 당시 철거하던 부분은 가스 배관이 설치된 곳과 15m 이상 떨어져 있어서 작업을 했던 것”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지하 배관 차단을 요청했지만 건물이 무너지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스공급업체 관계자는 “사고로 입상배관이 손상돼 도시가스관에도 피해가 갔다”며 “25년이나 된 건물을 철거한다면 최소한 가스설비를 차단하는 등 모든 안전점검을 거친 후 작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고로 가스 배관이 파손되면서 이 일대에 가스 냄새가 퍼졌고 인근 주민이 모두 대피했다. 인근 옷가게 직원 유모(31·여)씨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나 근처 건물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며 “가스가 유출됐다는 소리에 4시간 동안 가게 안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2일부터 철거업체 관계자와 현장 반장, 인부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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