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잠수사 이광욱씨 '잠수 스승' 아버지 창피했던 사연은…

숨진 잠수사 이광욱씨 '잠수 스승' 아버지 창피했던 사연은…

기사승인 2014-05-15 06:25: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수색작업에 나섰다 숨진 민간잠수사 이광욱(52)씨의 영결식이 지난 10일 그가 살던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있었습니다. 범시민 추모 영결식이었습니다.

영결식장엔 박근혜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보낸 조화가 세워졌습니다. 식장 뒤쪽에 이씨의 고교 친구들이 깊은 슬픔에 잠겨 지켜보고 있었지요. 숭고한 죽음이 그저 안타까운 그들이었습니다. 이씨가 사망한 뒤 친구들은 빈소를 지켰습니다.

이씨는 전남 진도 구조현장으로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애국하러 간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됐습니다. 생업인 횟집 일을 식구에게 맡기고 출발했습니다. 아들의 친구도 세월호에서 희생당했기에 마음은 더 급했을 겁니다.

고교 동창들은 “평소에도 팔당호에서 숨진 억울한 죽음들을 두려움 없이 건져 내던 용감한 친구”라고 합니다. 남양주시 소년소녀가장 돕기에도 앞장섰고요.

그런데 동창들이 지키던 빈소에는 조화가 숲을 이루고, 기자들로 북적댔지만 정작 관련기관 인사의 조문은 뜸했답니다. 그나마 몇몇 관련 기관장이 조문을 오면 그를 모시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어서 친구들은 뒷전으로 밀려나야 했습니다.

그 무렵 MBC 한 간부가 이씨의 죽음과 다이빙벨 투입실패를 놓고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았느냐며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뉴스시간에 말했습니다. 친구들은 실소를 했습니다. 이 간부는 앞서 유가족을 폄하해 MBC노조로부터 지탄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동창들은 “우리 친구 광욱이는 결코 떠밀려가지 않았다.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겠다고 사비 들여 그 멀리까지 간 것이다. 그런데 그 순수성이 그렇게 곡해할 수 있나”라며 분을 삭였습니다.

이씨는 UDT 출신 아버지에게서 잠수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시절, 친구들에게 아버지는 부끄러운 존재였다고 합니다. 팔당호와 한강에서 아버지가 사체를 건지는 걸 자주 봤기 때문이죠. 수해, 사고, 자살 등 이러저런 이유로 숨진 사람은 누군가 건져 가족의 품으로 보내야 합니다. 이씨 아버지는 그 일대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였습니다.

이씨는 철이 들고,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분임을 알게 됐습니다. 팔당호와 한강에서 인명구조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자 가족에게 아버지는 신과 같은 존재였던 겁니다.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이씨는 횟집을 하며 아버지의 대를 이었습니다. UDT 전우회에서도 수상구조 전문가였던 이씨 부자는 잘 알려졌습니다.

이씨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 우리들의 선한 이웃입니다. 이들을 위해 네티즌들은 “당신이 하신 일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감사하고 있습니다”라는 댓글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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