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러다 맞는다” 막가는 터키 총리… 민심 부글부글

“너 그러다 맞는다” 막가는 터키 총리… 민심 부글부글

기사승인 2014-05-18 19:09:00

[쿠키 지구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막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터키 정부는 탄광사고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5일 만에 종료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사고 이튿날인 지난 14일 마니사주(州) 소마에서 야유를 받자 한 남성에게 “못되게 굴지 말라”고 말하는 동영상이 현지 DHA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고 CNN은 전했다.

에르도안은 이 영상에서 “일어난 건 일어난 일이다. 이건 신의 섭리”라며 “이 나라의 총리를 야유하면 너 맞는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탄광 참사가 위험한 사업엔 당연히 수반되는 일이라는 식으로 말해 반정부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앞서 공개된 영상에선 성난 시민들을 피해 슈퍼마켓으로 들어가는 에르도안이 한 남성의 목을 팔로 감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에르도안의 부적절한 언행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의식을 잃고 9개월 뒤 숨진 15세 소년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했다. 소년은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던 지난해 6월 심부름을 나갔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터키 정부는 탄광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위도 억누르고 있다. 경찰은 16일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플라스틱 총알, 물대포를 발사했다. 주 정부는 집회·시위를 금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이 말과 행동을 가리지 않고 강압 통치를 이어가는 건 마땅한 견제 세력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년 넘게 집권해온 그는 지난해 자신과 측근들을 겨냥한 비리 수사가 진행되자 경찰과 검찰 등을 대거 갈아 치우고 인터넷 통제를 강화했다.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는데도 집권 정의개발당은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에르도안의 견고한 입지를 재확인시켰다.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마지막 희생자 2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수색 작업을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최종 사망자는 301명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야당 등은 정부가 희생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김상기 기자
kcw@kmib.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