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한 대형커뮤니티에서 ‘부럽노’ 한 단어가 분란을 일으켰다. 한 네티즌이 ‘직원 연봉을 1000만원씩 인상해준다’는 기사에 ‘부럽노’라고 적었다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MLB파크에 ‘부영그룹, 전 직원 1000만원씩 인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인기글로 선정됐다. 글 작성자는 해당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캡처한 사진을 첨부한 뒤 ‘부럽노’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특별할 것 없는 글이었지만 이 글은 하루 만에 3만 조회수를
돌파하고 댓글이 270여개가 달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불렀다. 이유는 한 네티즌이 “부럽노라고요?”라는 댓글을 단 이후 글 작성자가 일베 회원인지 아닌지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댓글 중 많은 수는 “글 작성자가 일베 인증을 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우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경상도 사투리에서 ‘~노’는 의문문일 때만 사용하지 부럽노의 경우처럼 평서문일 땐 쓸 수 없다”며 “예외적으로 부럽노를 쓴다고 하더라도 ‘와 이래 부럽노’와 같이 수식을 해주는 말이 앞에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북지역 출신 네티즌들은 “부럽노를 단독으로 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 정도면 일베 노이로제” “자신이 듣지 못했다고 그렇게 단정하다니” “지역마다 차이 있는 것을 몰아가다니” 등의 댓글을 달았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일베 회원으로 오해받을까봐 경상도 사투리를 눈치보고 써야 할 지경이 됐다”며 하소연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은 오래전부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기 위해 말끝에 ‘노(盧)’자를 일상 언어처럼 붙이고 있다. 그런데 일베가 수차례 기사화 되고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하면서 오프라인에도 영향이 미쳐 경상도 사람들이 사투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누군가가 ‘~노’자로 끝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작성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 올라온 지 2년째인 김모(29·회사원)씨는 “지하철 등에서 부산의 친구들과 대화할 때 사투리 때문에 눈치를 본적이 있다”며 “‘뭐 땜시 그라노(뭐 때문에 그러니)’라고 말했다가 일베 회원으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그런 오해를 받으니 황당했다. 그때부터 사투리를 쓸 때면 신경이 쓰인다”고 하소연했다.
강모(32·회사원)씨는 “경상도에서도 모든 의문문 끝에 ‘노’자가 붙지 않는다”면서 “경상도 사람들도 쓰지 않는 출처불명의 말들이 일베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