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시장 후보 이전에 가장” 박원순 “정몽준 네거티브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

[전문] “시장 후보 이전에 가장” 박원순 “정몽준 네거티브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

기사승인 2014-05-25 16:11:00


[쿠키 정치]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마이크 앞에 섰다. 공식 선거운동이 열흘 남았고, 분초를 쪼개 거리를 누벼도 시원치 않을 시간에 서울 종로5가 선거캠프로 돌아와 마이크를 잡은 것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측 네거티브 공세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날인 24일 정 후보측 대변인이 박 후보의 부인 강난희 여사의 ‘해외 출국설’을 제기한 데 대해, 박 후보는 “제 가족을 근거없는 음해와 흑색선전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시장 후보이기에 앞서서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라며 “더이상 이런 선거판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하게 경고한다”라며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토요일인 24일 정몽준 후보 측 전지명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공인인 박 후보의 부인 강난희 여사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항간에는 박 후보가 부인을 꽁꽁 감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심지어 벌써 외국에 출국했다는 설도 파다하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박 후보는 서민을 위하는 후보라고 자처했는데, 그 부인은 서민을 위한 봉사 활동은커녕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잠적 의혹만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출국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항공 기록 등 관련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게 네거티브다.

이에 박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하다 하다 안되니까 이제 부인까지 네거티브의 제물로 삼으려는가”라며 “부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것이 잘못된 일이 아닌 한 정 후보 측이 전혀 간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정 후보의 부인과 아들 단속이나 잘 하라”고 조언했다.

이 성명전을 지켜보던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트위터에 “정몽준 측에서 “박원순 부인은 왜 선거운동 안 하냐”고 묻자, 네티즌 왈, “정몽준 가족이 워낙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주고 있어 박원순 가족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고…”라며 “아, 이 주옥같은 드립. 천재야 천재”라고 했다. ‘드립’은 인터넷 용어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 잘하는 연예인들이 행하는 ‘애드 리브’의 줄임말이다. 즉흥적 발언을 일컫는다.



다음은 25일 박 후보가 서울 종로5가 선거캠프에서 행한 기자회견과 일문일답 전문. 좀 길다.

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강희청 기자

글=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반갑습니다. 여러분 진성준 대변인이 말씀하신 것처럼 후보로 서울시민들 만난지 열흘이 지났고 열흘이 남았습니다. 반을 돈 셈인데, 배낭을 메고 서울시내 골목을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도봉산 등산객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시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그분들의 소망을 담다보니 제 배낭의 무게가 자꾸 더해지고 있습니다. 제게 바라는 것, 서울시에 바라는 것들은 작았습니다. 공통분모 있었습니다. 참으로 소박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새벽 네 시 버스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 말씀은 "새벽에도 지하철을 다니게 해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일용직, 재수생이었습니다. 그중에 또 한분은 "임금이 너무 작아! 기본급을 올려줘! 매 달 다 합쳐도 90만원이 안 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버스 안에 많은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그러나 웃음 이상의 절박하고 무거운 소망으로 들렸습니다. 웃음소리와 함께 열심히 사는 분들의 소망을 제 배낭에 담았습니다.

선거를 시작하며 드린 약속은 작고 조용한 선거, 유세차 없는 선거, 네거티브 없는 선거, 돈 안드는 선거였습니다. 걱정이 없지 않았습니다. 안일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많았습니다. 지금도 사실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작게, 소박하고, 주변 통행인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기존 선거문화에 익숙한 시민들께서 받아 들여 주실까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선거문화의 실천은 저와 우리 캠프의 절실한 표현입니다.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면, 우리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정말로 믿는다면, 이번 선거에서부터 지금으로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새정치도 있을 수 없다, 시민들의 소망을 부응할 수 없다는 그런 절박함 마음때문이었습니다.

역시 시민들은 위대했습니다. 모든 답은 시민들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잠시라도 서울 시민의 현명함을 의심하고 걱정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거리로 나섰는데, 먼저 다가와주는 시민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많은 선물들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껴안아주시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새정치는 이렇게 서울 시민들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의 모습은 아직 서울 시민들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선거는 경쟁입니다. 치열하게 싸우고 내가 상대후보 보다 더 낫다고 유권자에게 한표를 호소하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들이 서울시장 후보에게 서울시장을 꿈꾸는 후보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수준과 품격이 있지 않겠습니까? 함께 꿈꿀 수 있는 정책을 내어놓고 정정당당한 평가를 기다리는 게 서울시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선거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현재의 선거는 정쟁뿐입니다.

사실에 근거한 정책에 대한 비판과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좋습니다. 서울에 대한 다른 비전 역시 함께 논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험악한 정치판이라고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할 금도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어제 정몽준 후보 측 대변인은 제 아내 출국설까지 제기했습니다. 정치인 가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고통받아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지난번 보궐선거에도 저와 제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으로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선거판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습니다. 제 가족을 근거 없는 음해와 흑색선전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시장후보이기에 앞서서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크게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겠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가족에 관해 정말 말도 안되는 루머가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분명하게 경고합니다. 오늘 이후로 벌어지는 이러한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다시는 이러한 추악한 선거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뿌리 뽑겠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이번 선거의 승패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정몽준 후보에게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이번에 선거에서 맞서고 있지만 과거의 적지않은 인연 속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집권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기대감도 있을 것입니다. 캠프 내에서 행해지는 금도를 넘는 어떤 행위도 지금부터 중단해야 합니다. 네거티브 선거나 거짓말 하지 맙시다. 그것이 서울시장 후보로서 서울시민들에게 갖추어야 할 최소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낡은 사고, 낡은 리더십, 낡은 시스템으로는 나아갈 수 없음을 얼마 전 크나큰 아픔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절감하지 않았습니까? 새로운 변화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어야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책임이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남은 선거기간 함께 만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서울에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걷고 또 많이 만나 뵈었습니다. 더 많이 시민들 속에서 선거운동을 하겠습니다. 시민들이 가진 서울시에 대한 자긍심과 성숙한 열망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 모든 소망을 배낭에 담지 못할까봐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배낭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메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박한 소망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시민 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질의 응답>

-정몽준 측에서 공약 관련 이행에 대한 문제제기, 후보가 나서서 좀 더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으신지?

=진실은 빛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모든 정책 이행상황은 이미 다 공개되고 있지 않나? 객관적인 평가들을 여러 시민단체가 한 바가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분석해서 공약 대상을 수여한 바 있고, 이런 공약의 점검들을 주된 임무로 생각하고 있는 매니페스토라고 하는 단체에서도 조목조목 공약 이행상황을 검토해서 A등급을 줬고, 이미 내용이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다 나와 있다고 본다. 자체 점검결과로도 5월말 현재 87%, 금년 연말까지 92%까지로 될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말했듯이 사실 과거를 비판하는 것 중요하다.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 후보 캠프에서 과거의 근거 없는 이런 공격을 하는 것보다는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지 않나? 함께 서울시의 도전과 미래정책 비전을 통해 경쟁하고 선거과정이 서울시 미래의 향방을 결정하는 바람직한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재보궐선거 때도 아들과 사모님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이런 주제로 한 것은 어떤 부분에 대한 분노나 실망인지 궁금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에 대한 것이면 당사자나 대변인 당사자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정몽준 후보에 대한 대응까지 캠프에서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보도록 하겠다. 보궐선거 때 가족에 대한, 제 개인 신상에 대한 의문을 제기 했었다. 그 이후 밝혀진 바가 있었나? 심지어 저와 가족, 단체를 상대로 고소고발이 많았으나 하나라도 유죄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처음엔 참았고 진실이 밝혀진 후 용서했었다. 그러나 똑같이 이미 당국에서, 검찰, 경찰에서, 기관에서, 병무청이라든지, 모두 다 객관적으로 밝혀진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가지고 문제제기하고, 정몽준 후보 캠프에서도 문제제기하고 있는 바가 있다. 이것은 한 사회가 지켜야하는 원칙과 상식, 금도라는 게 있다고 거듭 말씀드리고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의 정치가 한 치의 진전도 있을 수 없다는,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저는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 이번 선거는 개인의 피해와 가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미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고,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지는 법적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토해서 대응할 것이다.

-지난 개소식에서‘손발이 묶여도 네거티브 선거운동 하지 않겠다.’ 했는데, 여전히 유효한지?

=처음 서울시민에게 분명히 약속했다. 어떤 경우에도, 심지어 상대가 하더라도 우리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말씀드렸고 지금까지 실천해오고 있다. 네거티브라는 것이 여러가지 개념에 논란이 있으나, 적어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것들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하지 않고 저희 캠프에서도 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저희 캠프에서 네거티브는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책, 공약에 대한 상호비판 얼마든지 환영할 일 아닌가? 그렇지만 인신공격, 근거 없는 비난 이런 것은 네거티브라고 생각한다.

-정몽준 측에서 사모님에 대한 말씀을 했는데, 사모님과 함께 선거 운동을 할 계획이 있나?

=기본적으로 저희 아내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가 무례한 것이라 생각한다. 보궐선거 이후 정치인의 아내로서 겪었던 수많은 고통을 제가 다 헤아리지는 못해도 나름대로 이해하고 미안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사회같이 떳떳하게 배우자가 일할 수가 없는 사회분위기가 있지 않습니까? 저때문에 일도 못하게 되었던 미안함도 있고 여러가지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했던 아픔이 있었다. 그런 아픔을 알기 때문에 특히 우리는 네거티브해서는 안된다. 특히 정치인의 가족들은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있다. 물론 불법에 관한 것은 검증대상이 되겠다. 그러나 이런 식의 근거없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한 정치인으로서, 서울시를 책임지겠다는 책임 있는 자리, 누가 당선이 되면 서울시민의 존경을 받아야하는 자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답변 드리지 않겠다.<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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