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만난 문 교수는 국민은행 사태에 대해 “전 금융사들이 모두 안고 있는 문제가 이제 겨우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은행이 그렇듯 그동안 금융사들은 기존 시스템 운영에 문제가 생기고 속도가 떨어지면 수천억의 돈을 들여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싹 바꾸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면서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전산시스템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수십 년간 개선되지 않고 방치된 탓에 있다”고 분석했다.
교체시기 때마다 잡음이 생기고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전산시스템 교체의 밑바닥에는 수십년간 금융권에서 손대지 않고 방치해 온 데이터베이스의 질적 저하가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는 수많은 데이터, 즉 정보의 집합체다. 방대하게 집적된 자료를 최대한 중복되지 않도록 구조화돼 있는 데이터베이스일수록 자료 검색·갱신 등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문 교수는 이를 ‘설계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주기적으로 하는 전산시스템 개편이 데이터가 사는 ‘집’을 짓는 행위라고 본다면 데이터베이스는 그 설계도라고 보면 된다”면서 “빠르면 5년마다 수천억씩 들여 집을 새로 지으면서 설계도는 손도 대지 않아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정보·기술(IT)이 아웃소싱되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업체 입장에서 단순하고 돈이 되는 시스템 전환이나 하드웨어 교체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돼 왔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금융사에게 고객 정보의 활용은 생명과도 같은 핵심 기술”이라면서 “이를 방치하는 대가로 수천억원씩 돈을 쓰는 것은 결국 고객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교수의 해법은 단순하다. 시스템 개편을 업체에 발주하더라도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만큼은 금융사가 직접 전문가에 의뢰해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베이스를 손대는 문제는 해보지 않아 어려워 보이지만, 전문가를 통해 내용을 진단하면 훨씬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다만 관행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금융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