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유병언 일가 검거방식 재점검 지시 만 하루 만인 11일 검찰은 경기도 안성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금수원에 다시 진입했다. 주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유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를 총괄 지휘했다고 검찰이 지목한 ‘김 엄마’ ‘신 엄마’ 등 두 엄마는 찾지 못했다.
오히려 검찰 수사관 일부는 이날 수천명의 경력을 뒤로하고 대강당에서 낮잠을 자다 구원파에 적발돼 빈축을 샀다. 검찰은 12일에도 금수원 수색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압수수색도 ‘갈 데까지 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원파 신도들은 6000여명이 동원된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검찰 수사관 일부가 금수원 내 대강당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을 찍어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에는 구체적 신원을 알 수 없는 10여명이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었다. 구원파는 이 대강당이 집회를 하는 장소라며 흥분했다. 한 신도는 연합뉴스에 “법집행을 위해 시설을 개방하고 대치를 푸는 등 협조했는데, 종교시설을 모욕해도 되는 것이냐”면서 반발했다.
구원파뿐 아니라 경찰도 섭섭해 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낮잠을 자던 대강당 밖에선 수백명의 경찰 기동대 소속 요원들이 무더위에 보호장구를 풀로 착용하고 경계를 섰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경찰 관계자 역시 연합에 “경찰은 땡볕에 몇 시간 씩 서서 근무했는데, 그 사이 검찰 수사관들은 언론이나 신도들 눈을 피해 낮잠을 잤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즉각 사과했다. 유병언 일가 검거 지휘를 맡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일시 대기 중이던 검찰 수사관 몇 명이 대강당 한 켠에서 잠시 잠을 잤다”라며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며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12일 새벽부터 다시 금수원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15개 경찰 기동중대가 동원돼 철야 경비를 섰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 기간은 일주일이고 야간 수색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결과가 확실할 때까지 압수수색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사무실 등에서 DNA를 채취하는가 하면 CCTV와 영수증 USB 메모리 등 유씨의 행방에 단서가 될 만한 모든 것을 뒤지고 있다.
사진=국민일보DB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