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덥습니다. 경제도 불황입니다. 이럴 때 짧아지는 게 있습니다. 여성의 스커트 길이입니다. 그래서 주의해야 합니다. 서울지하철에 몰래카메라 주의 구역이 설정된 것으로 26일 확인됐습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로 콩나물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은 잘 알 겁니다. 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연신내역 환승 구간에는 다른 곳보다 경사가 급하고 길이도 긴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습니다. 그곳엔 “몰래카메라 촬영 주의 지역입니다”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간판엔 “범죄신고는 112”라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가 적혀 있습니다. 법은 말합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간판을 세운 주체는 서울지방경찰청입니다. 그 아래 지하철 범죄를 다루는 지하철경찰대가 있습니다. 일반 경찰과 달리 사복을 입고 다닙니다. 주된 단속 대상은 성범죄자와 소매치기입니다. ‘몰카주의구역’ 안내 표시는 서울지하철 19개 출장소에 1개씩 제작돼 뿌려졌습니다. 강북엔 종로3가, 역사문화공원, 청량리, 건대입구, 합정, 노원, 연신내, 공덕, 서울역 등이고 강남엔 사당, 교대, 잠실, 신도림, 김포공항, 고속터미널, 당산, 선릉, 강동, 가산디지털역 등에 경찰 출장소가 있습니다.
연신내역은 아래에서 위를 찍는 몰카꾼들의 얼굴을 녹화하기 위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CCTV를 달았습니다. 하지만 역을 지키는 역무원은 “앞사람을 방패삼아 쭈그린 상태로 올려 찍는 몰카범들이 많아 보완책을 고심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연신내역은 몰카주의구역 바로 아래에 경찰 출장소가 있어 현장 체포가 잘되는 편입니다.
경찰이 지하철 계단에 좀 면구한 입간판까지 동원한 것은 그만큼 몰래카메라 성범죄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몰카성범죄는 한 해 2000~3000건 넘게 발생하는데요. 최근 3년간 3배 폭증했습니다. 경찰청이 지난해 국회에 보고한 최근 5년 몰카범죄 통계를 보니 ‘지하철 및 역과 대합실’이 발생장소 1순위입니다. ‘숙박업소나 목욕탕’ 보다 5배 많습니다.
스마트폰 보급률 전 세계 1위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메가시티 서울은 지하철이 복잡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몰카주의구역(Molka Caution Area)입니다. 외국인들이 말하게 될 겁니다. 한국엔 공동경비구역(JSA)뿐만 아니라 몰카주의구역(MCA)도 있다고요.
(사진은 서울지하철 연신내역 3호선과 6호선 사이 환승계단에 등장한 몰래카메라 주의 안내문. 일반인 얼굴 노출을 막기 위해 흔들린 사진을 썼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