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등이 버린 전투식량을 불법으로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주한 미군이 야외 훈련장 소각장과 쓰레기장 등에 버린 전투식량을 빼돌려 불법 유통·판매한 혐의로 유모(76)씨 등 아홉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영국과 독일 등에서 생산된 외국군 전투식량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지 않고 판매한 인터넷 카페 운영자 정모(46)씨 등 다섯 명도 입건했다.

시중에 유통된 전투식량은 캠핑, 낚시, 등산 등 외부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구매했다. 경찰은 또 전투식량에 호기심을 가진 젊은 남성들 및 과거 군 생활에 향수를 느끼는 남성들이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수사 결과 미군 비행장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이모(72)씨는 지난해 6월부터 미군이 소각장 등에 버린 밀봉된 전투식량 50박스를 분리수거해 유통업자 유씨에게 박스(낱개 10~12개)당 2000~3000원을 받고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이를 서울 동묘시장에 있는 판매상 허모(60)씨에게 넘겼고 허 씨는 이를 개당 5000원~8000원씩에 팔았다.

경찰이 압수한 판매 직전 전투식량은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났고 보관 상태도 극히 불량했다.

영국과 독일 등에서 생산된 전투식량을 수입신고 없이 들여와 인터넷 카페 등에서 판매한 정씨도 불구속 입건됐다. 정씨는 1인분에서 3인분이 들어 있는 전투식량을 50개 정도 국내에 반입한 뒤 개당 5만원~9만원에 판매했다. 구매자들은 희소성 등을 이유로 고가의 전투식량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된 불량 전투식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식약처와 공조해 군부대 밀반출이나 미신고 수입 등 불법 유통·판매 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