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지나면 피부과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가 검게 그을리거나 허물이 벗겨지는 등 뜨거운 여름볕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는 환자가 많다. 휴가를 보내며 매일 제 시간에 맞춰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활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11일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뜨거운 태양이 남긴 색소침착과 일광화상 예방법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피부가 햇볕에 타는 현상은 자외선A와 B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피부 색소 침착으로 선탠(sun tan)과 선번(sun burn)으로 구분할 수 있다.
휴가 직후 피부가 칙칙해졌다면 선탠(sun tan)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선탠은 긴 파장인 자외선A의 영향으로 색소침착을 일으켜 피부의 색이 검게 변하는 상태다. 자외선A는 엘라스틴 조직을 느슨하게 만들어 피부 탄력을 저하시키고 거친 피부결과 주름, 처짐 등의 피부 노화를 부르기도 한다.
탠 현상으로 검게 탄 피부는 흰 피부에 비해 원상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때는 미백작용을 하는 비타민C치료가 좋다. 비타민C는 피부 표피에서 흡수가 잘 안되기 때문에 팩이나 화장품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피부과에서 비타민C를 이온화시켜 피부 깊숙이 침투시키는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와 달리 선번(sun burn)은 짧은 파장인 자외선B의 영향으로 염증을 일으켜서 피부의 색이 붉게돼 따끔거리는 상태까지를 말한다. 발열이나, 부종, 통증, 발적 또는 심한 경우에는 부풀어서 수포를 발생시킨다. 의학용어로 일광 화상이다.
선번 증상은 선탠에 비해 즉각적인데, 다량의 자외선을 쬐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피부에 붉은 빛을 띠게 하는 것이 선번의 시작이다. 자외선B가 표피를 통과해 진피 유두체까지 도달하면 유두체 내의 모세혈관이 충혈을 일으키며 멜라닌 색소 생성이 활성화돼 방어작용이 나타난다. 그 후 그것만으로 막지 못할 정도의 자외선량이 투과되면 충혈증상이 계속 진행돼 세포조직이 손상을 받아 결국 발열이나 따끔거리는 증상이 생긴다. 이 후 2~3일 정도 지나면 멜라닌 색소의 생성도 진정되고 피부의 껍질이 벗겨져 색소침착이 남기도 한다.
일광화상을 입었을 경우는 일단 피부 진정이 가장 중요하다. 또 지나치게 피부를 자극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보통 3~5일 정도 지나면 붉은 기가 사라지고 회복되는데, 피부 회복이 늦고 진정이 잘 되지 않으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레이저 치료보다는 멜라닌 색소 생성억제 및 손상된 피부세포를 재생 촉진시키는데 효과적인 진정광선치료가 도움 된다.
흰 피부의 경우 햇볕에 탄 후 붉어졌다가 화상열기가 빠지면 바로 다시 하얘지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에 소홀하기 쉽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잡티, 기미 등 색소침착이 쉽게 생길 수 있어 평소 자외선 차단을 철저히 해야 한다. 흰 피부에 기미, 잡티 등이 생기면 더욱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에 보기 좋지 않다. 색소침착이 나타난 경우 IPL이나 젠틀맥스, 레이저토닝 등 색소레이저 치료가 도움이 된다.
정원순 연세스타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는 “피부 손상의 정도는 조금씩 여러 번 받는 것보다 한 번에 많이 받는 것이 더 크다”며 “피부 손상이 가장 심한 경우는 햇볕을 불규칙적으로 과도하게 받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