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협회가 연구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6월 말 미국에서 시작된 ‘ALS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이 국내에서도 일고 있다. 지명된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맞을지 100달러를 기부할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 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 가수나 연예인을 비롯해 정치인들도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해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루게릭병의 치료법 개발과 환자들을 돕는 데 있다. 그렇다면 루게릭병의 원인, 증상, 치료법은 무엇일까. 25일 신경과 전문의들의 도움말을 통해 루게릭병에 대해 알아본다.
◇‘루게릭병’이란?=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사멸돼 전신에 근력저하와 근육위축이 발생해 점점 악화되는 병이다. 반면에 감각신경이나 자율신경 등은 거의 침범되지 않아 감각이상 또는 자율신경장애는 드물다.
보통 운동신경세포병은 신경계통 중에 근육을 지배하는 뇌와 척수에 위치한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반면 루게릭병은 상위 운동신경세포와 하위 운동신경세포가 모두 파괴되는 유형을 말한다.
루게릭병은 미국와 유럽의 경우 일년 간 십만명 중 1.5~2.5명 정도에게서 발병되고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율은 증가한다.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였던 루게릭씨가 이병에 걸리면서 흔히들 루게릭병이라고 부르게 됐다.
◇‘루게릭병’, 원인 아직 밝혀지지 않아= 이 병의 발생원인은 다른 여러 퇴행성 신경질환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박경석 분당서울대 신경과 교수는 “약 5~10%는 유전성을 보이지만 대부분에서는 특별한 가족력 없이 산발성으로 발병한다”며 “최근에 세계적으로 이 병의 발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적극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병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아직까지 완치를 위한 치료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루게릭병 증상, 근육 마비 증세 서서히 진행돼=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병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증상은 서서히 시작된다. 증상은 침범되는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데 손이나 다리에 마비가 오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연히 자신의 젓가락질이 서툴다거나 손을 쥐는 힘이 약해졌음을 느끼거나, 손가락 사이의 근육이 마른 것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발생하고 악화되는 기간은 평균 2년에서 5년 정도 걸리지만 환자에 따라서 더 빨리 올 수도 더 늦게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또 구마비 증세로 시작되는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음식을 삼킬 때 자주 사레가 걸림으로 이상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의 증상들은 점차 범위도 넓어지고 그 정도도 심해지게 된다. 박경석 교수는 “일부의 경우 씹고 삼키고 말하는 근육에 먼저 침범하기도 한다. 일단 증상이 시작됐으면 마비는 점점 심해지고 다른 부위로 퍼져나가게 된다”고 밝혔다.
이 병이 잔인한 이유는 운동기능이 소실돼 마비가 점차 심해져가도 감각과 인지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는 데에 있다. 이광수 교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도 환자는 모든 감정을 다 느끼기 때문에 더 힘들 수 밖에 없다”며 “루게릭병은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게 되는 신체 안에 영혼이 스스로 완전히 감금돼 버리는 듯한 큰 고통을 안게 되는 가장 슬픈 질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이 악화되면 튜브를 삽입해 바로 위로 음식을 공급하고 호흡연장기계를 사용하면서 장기간 누워있게 돼 발생하는 폐렴, 요로감염, 욕창 등을 관리하면 생명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 그 같은 상황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후 호흡연장기계를 사용하게 된다.
◇루게릭병 진단 및 치료= 이 병을 일으키는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완치하거나 병의 진행을 뚜렷이 호전시키는 치료법은 아직까지 없다. 박경석 교수는 “다만 병의 악화를 다소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유일한 약물로는 리루졸(riluzole)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줄기세포치료에 대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그 효과가 확실히 증명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완치를 위한 치료법도 없다. 이광수 교수는 “그나마 현재 공인받은 약제는 병의 진행을 늦출뿐이지 일부 다른 종류의 운동신경세포병에는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