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씨의 사인을 두고 갖가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그의 사망소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고인이 생전에 받은 위밴드 수술로 인한 장유착이 주요한 사망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아산병원 등에 따르면 고 신해철씨는 지난 17일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가슴과 복부에 통증을 호소해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지난 22일 수요일 오후 2시경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혼수상태로 내원하여 응급수술을 포함한 치료를 했으나, 27일 월요일 20시 19분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일각에서는 위밴드수술로 인한 ‘장유착’이 중요한 사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유착은 위밴드수술로도 발생할 수 있다. 위밴드수술은 식도와 위가 이어지는 부위에 ‘위밴드’라고 불리는 장치를 채워 위장의 음식이 덜 내려가게 하는 방법이다. 이 수술은 개복해서 위를 직접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외과수술로 인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어 많은 고도비만 환자들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위밴드수술을 할 시에 감염위험이 높은 개복수술 대신에 복강경 수술을 주로 시행한다.
문제는 위밴드수술로 인해 장유착이 발생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의 여부다. 위와 장은 서로 닿는 부위에 있지는 않으나, 위밴드수술을 할 시, 복강경수술을 통해 수술을 할 경우 복막을 건드려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복강경수술은 복부에 0.5∼1.5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고, 그 안으로 각종 기구를 넣어 시행한다. 이 때 수술 과정에서 외부에서 복부 안으로 수술기구가 들어가면 장을 감싸는 복막을 건드릴 위험이 있어 부작용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이 수술 과정에서 복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장 안에서 복막 조직끼리 들러붙어 장유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장유착은 장과 장, 장과 복막이 서로 분리돼 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조직끼리 연결돼 붙어 버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장이 좁아지면 장협착, 완전히 막히면 장폐쇄가 진행될 수 있다. 장유착은 복막염, 장파열 허혈성 장 질환 등의 복강내 염증성 질환 및 복강내 장기를 수술한 후의 합병증으로 일어난다. 수술 부위로 장이 눌어붙는 현상이 생길 수 있고, 장이 꼬이고 몇 바퀴 돌면서 혈관이 막히게 되어 장에 피가 안 통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썩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의료진에 따르면 복막염으로 인해 복막 조직과 조직이 들러붙어 장유착이 일어나면서 복강내 압력이 올라갔고 횡경막을 통해, 심막 내부로 공기가 들어가 심장을 압박하며 갑작스런 심정지로 뇌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뇌손상이 온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도 추측일 뿐이다. 그가 위밴드수술을 받은 것은 2009년이기 때문에, 위밴드수술로 인해 장유착이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비만전문병원 의료진은 “위밴드수술을 받은 지 5년이나 됐기 때문에, 장유착이 위밴드수술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위밴드수술은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고도비만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위밴드수술을 한 이후 전문의에게 몸상태에 대해 꾸준히 검진을 받아야 한다. 더불어 식생활 관리 등을 소홀할 경우 관리부주의로 인해 다른 합병증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해철 1차 수술을 담당했던 S병원은 “신해철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의료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하게 됐다는 내용의 찌라시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신해철은 본원에서 장유착 수술을 받았으나 입·퇴원 과정에서 흉부 통증을 호소했으며 심정지 상태에 이르러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심장은 본원의 진료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아산병원으로 이송 결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