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쿡기자] “고급옷 입어볼 기회는 드릴게”… 열정 모델 모집글 논란

[금주의 쿡기자] “고급옷 입어볼 기회는 드릴게”… 열정 모델 모집글 논란

기사승인 2014-11-15 14:05:55
국민일보 DB

"[친절한 쿡기자] 대다수 기업들의 구인 글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열정’이기 때문일까요. 취업 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정 페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경험되니 적은 월급(혹은 무급)을 받아도 불만 가지지 마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이를 비꼬는 말입니다. 열정 페이란 말 속엔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치달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냉소가 담겼습니다.

덩달아 등장한 ‘열정 페이 계산법’도 눈길을 끕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열정과 재능이 있으면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로 귀결됩니다. “너는 어차피 경력을 쌓아야 하니까 공짜로 일하라” “너는 어차피 공연하고 싶어 안달 났으니까 공짜로 공연하라” 등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너는 어차피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 할 테니까 공짜 모델이 되라. 고급 옷을 입어보게 해주는 게 어디냐.”

11일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에 ‘한복 의상 코스프레팀 지원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습니다. 오는 27일 ‘서울코믹월드’ 대회를 앞두고 한복의상업체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의상 모델을 모집하는 글인데 내용이 다소 도발적입니다. 서울코믹월드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서로 교류하는 만화 종합 행사입니다.

업체 관계자의 말을 요약하면 “참여한 사람들은 고급 의상을 무료로 입어보면서 멋진 추억이 남고, 업체는 무료로 의상을 대여한 후 사진이 남는다. 물론 촬영된 사진은 상업용으로 쓸 예정이다. 무단 불참이 우려되므로 보증금으로 5만원을 받겠다” 입니다. 신체적 요구 사항도 까다롭습니다. 여성은 키 160㎝ 이상, 체중 55㎏ 이하, 남성은 키 175㎝ 이상, 체중 70㎏ 이하로 제한했네요. 참가자 선정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당사 취향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패션 업계에서 터져 나온 ‘10만원 월급 인턴’ 보도의 여파가 남았기 때문일까요. 네티즌들은 또 한 번 난리가 났습니다. 이들은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 “무료로 사람쓰겠다면서 상업적 이용을 당당하게 밝혀 당황스럽다” “무급 인턴이 유행하다보니 이젠 사람이 아주 우습게 보이나 보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공짜로 사람 쓰는 것도 모자라 보증금을 내라니… 열정 호구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고 한탄했습니다.

업체 측은 반발이 예상보다 크자 “20만원 상당의 의상을 무료로 대여하는 대신 사진을 원하는 것일 뿐”이라며 “참여하는 즐거움을 아는 분, 모델료 없이 열정으로 참여하실 분만 지원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말을 덧붙일수록 논란이 커지자 결국 오후 2시쯤 해당 글이 삭제됐네요.

열정 페이는 삶의 질이 상승하던 사회에서 자란 기성세대와 출발부터 미래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사회에 직면한 젊은이들 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면 할수록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늘어나는 구조의 악순환에 빠진 셈입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부조리한 관행이나 조직문화도 헝그리 정신의 산물로 여겼던 기성세대가 지금도 같은 사고를 고수한다면 청년세대와 문화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면 뭔가 기대할 수 있었던 시대와 출발부터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 두 시대의 충돌이 열정 페이란 말을 빚어낸 것이다.”



연이은 음주하차 ‘무한도전’… 10주년 맞이 가능할까


9년간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던 ‘무한도전’이 이번엔 제대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국민 예능’ 수식어까지 박탈당하게 생겼습니다. 불미스런 일을 연달아 겪고 있는 무한도전을 시청자들이 계속 포용할 수 있을까요?

지난 8일 노홍철은 서울 강남구 세관사거리 인근에서 차를 몰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습니다. 노홍철은 독특한 캐릭터지만 평소 올바른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죠. 네티즌들은 노홍철의 무한도전 하차여부에 주목했습니다. 예상대로 노홍철은 사건이 벌어진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무한도전을 포함한 모든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무한도전은 2006년 5월 시작해 지난달 18일 400회를 맞았습니다. 최고 인기 방송이었던 만큼 잔병치레도 많았죠. 하지만 올해는 유독 가혹했습니다. 소재 고갈과 멤버들의 불량한 방송태도, 과도한 간접광고(PPL)로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두 멤버의 잇따른 음주운전입니다. 지난 5월 길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했고 약 6개월 만에 노홍철도 하차하게 됐죠. 9년간 신뢰를 쌓아온 무한도전이기에 시청자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음주운전은 명백한 위법이기에 노홍철의 하차는 당연한 것이고, 무한도전 폐지까지 요구하는 강경한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무한도전 제작진은 “노홍철의 빈 자리가 크겠지만, 다섯 멤버와 제작진이 더 노력하겠다”며 5인 체제로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지금부터 정확히 한 달 전 무한도전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지난달 10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여섯 멤버들과 김태호 PD가 참석해 프로그램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김태호 PD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김 PD는 시청자들의 따가운 질책에 “‘왜 무한도전에만 이렇게 심할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위기설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시청자였다고 말했죠. 그는 “숨기고 가리려고 할수록 시간은 늦어진다. 그럴 때마다 길게 고민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답을 물어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위기대처의 답은 시청자에게 있었던 겁니다.

지금까지 몇 차례 하차 위기를 겪어온 무한도전이지만 이번 위기는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길과 노홍철의 하차로 7인 체제에서 5인 체제까지 온 거죠. 특히 웃음을 줘야할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진이 사회적 물의로 하차하게 돼 제작진과 시청자에도 큰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김태호PD의 말처럼 이번 위기도 시청자들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제가 죽었으면 좋겠군요” 댓글 단 수지 마음은 어땠을까


“제가 죽었으면 좋겠군요.” 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말을 했을까요. 걸그룹 미쓰에이(MissA) 멤버 수지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여러 생각이 듭니다. 얼핏 보면 섬뜩한 말이지만 곱씹으면 슬프게 느껴집니다.

글은 자신에게 악성 댓글을 남긴 한 네티즌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참다못해 한 마디를 건넨 것으로 보입니다. 이 네티즌의 글을 보니 가관입니다. 밑도 끝도 없이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이 네티즌이 수지에게 처음 트윗을 보낸 건 지난달 12일이었습니다. “재수 없는 인간아. 교통사고나서 죽어버렸음 (좋겠다)”라는 멘션을 남겼죠. 한 달 뒤쯤인 9일 또 트윗을 보냈습니다. 글엔 이렇게 적혔습니다. “연예계에서 추방돼라. 교통사고 나서 죽어버려.”

불과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멤버 둘을 잃은 레이디스코드를 떠오르게 합니다. 설마 의도한 발언이었을까요. 악플러의 전형으로 보입니다. 비판에 타당한 이유 따윈 없습니다. 도를 넘은 내용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글을 접한 네티즌들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넷에는 “대체 저런 트윗은 왜 남기는 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욕먹는 연예인들 불쌍하다” “저기에 답글을 다는 수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저런 말은 그냥 무시하라”는 등의 안타까움 섞인 위로가 가득합니다.

수지가 SNS에서 봉변을 당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 한 네티즌은 수지 사진으로 만들어진 전신 입간판에 음란 행위를 하는 듯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올렸죠. 직접적인 건 아니었으나 엄연한 성희롱이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해당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수지뿐이 아닙니다. 연예인들은 악플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아예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을 보지 않고 산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여성 연예인의 경우는 더합니다. 비난의 강도가 심할뿐더러 개인이 느끼는 충격의 정도도 더 크기 때문이죠.

고(故) 최진실, 유니 등은 온라인 악플과 루머에 고통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검찰 단속이나 악플 방지 캠페인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이쯤에서 스스로 돌아봅시다. 이름과 얼굴을 감춘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이 되진 않았는지요.



수능이 왜 평일일까… ‘괴담’이 진짜 무서운 까닭


“왜 수능을 주말이 아닌 평일에 보는 줄 알아? 다음날 학교에서 출석을 부르면서 얘들이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려고 그러는 거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SNS를 떠도는 섬뜩한 괴담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한국사회의 슬픈 자화상, 수능 성적 비관 자살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 씁쓸하네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수능 자살’을 검색하니 ‘2008 수능 자살’부터 ‘2014 수능 자살’까지 각종 수능 자살과 관련된 검색어가 자동으로 완성돼 나열됩니다.

어른들은 두렵습니다. 오늘이 지나고 꽃같이 아름다운 청춘들이 하나둘씩 아스라이 사라져 버릴까 봐 말이죠.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올해는 제발 수능 자살자가 없길 바란다”는 우려 섞인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SNS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안아주세요. ‘한 번쯤 넘어져 봐도 괜찮고, 좋은 경험일 거라고’ 꼭 말해주세요.” (트위터 이용자 madpen10)

“자살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어요. ‘제발 자살하지 말라고’, ‘죽지 말라고’, ‘수능이 인생 전부가 아니라고’ 수능은 그저 살아가는 데 하나의 과정이자 페이지라는 것을 말입니다. 대학 못 간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페이스북 이용자 이병재)

유튜브 사이트에 지난해 올라왔지만, 수험생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상이 있어 소개합니다. 국내 한 영상제작업체가 만든 수능 자살 예방 방지 영상입니다. 제목은 Stop! Suicide after the 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

영상은 긍정적 메시지로 어설프게 위로하거나 자살을 마음먹는 이들을 호되게 몰아세우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그저 우리의 삶엔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걸 말해줍니다.

“그날 저녁,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날, 결론은 부정적이고 행위는 우발적이죠. 오늘은 집에 갑시다. 아침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죠. 하지만 만약, 내일 이 위에 있다면 부디 잠시만 내려가서, 생각 없이 걸어 봐요. 우리가 사는 방식은 다양하고, 오늘은 처음으로 다른 삶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영상은 자살을 결심한 학생에게 삶은 ‘살거나 죽거나’로 나뉘는 게 아니라며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우리 삶의 갈래가 있다면”

“살거나, 다르게 살거나”



“이번엔 정말 준비됐다”는 소트니코바… 그녀를 향한 조소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가 복귀를 돌연 취소하면서 억울한 듯 울분을 토했습니다. 김연아(24)의 올림픽 2연패 좌절로 이어진 편파판정 논란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입니다. 소트니코바를 향한 피겨스케이팅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소트니코바는 8일(현지시간) SNS 인스타그램에 “팬들의 지지에 감사하다. 지금 나에게는 지지가 필요하다. 목요일(6일) 훈련에서 발목 부상이 재발했다. 다음주에 검진을 받는다. 실전은 불가능해졌다. 그랑프리에 출전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매우 화가 난다”고 적었습니다. 오는 14∼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4차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겁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닙니다. 어느 종목의 어느 선수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그랑프리 4차 대회는 소트니코바가 석연치 않은 올림픽 금메달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였습니다.

소트니코바는 지난 2월 러시아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최종 합계 224.59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김연아(24)는 219.11점으로 은메달이었죠. 세계 언론과 여론은 소트니코바의 경기력과 연기력이 김연아를 넘어설 수준이 아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소트니코바는 물론 개최국 러시아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죠.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이후로 가장 중요한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를 건너뛰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죠. 피겨스케이팅의 주요 일정인 그랑프리 결장 가능성까지 드러냈습니다. 부족한 실력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냐 의문이 나오자 소트니코바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달 23일 그랑프리 출전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앞두고 불참을 통보하면서 의문의 불씨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러시아피겨스케이팅연맹은 소트니코바의 불참 사유에 대해 ‘부상’이라고만 짧게 설명했습니다. 출전권은 마리아 스타비츠카야(17)에게 넘어갔습니다. 소트니코바의 부상 부위는 발목입니다. 오는 28~3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6차 대회까지 취소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트니코바가 이 대회까지 불참할 경우 올 시즌 복귀는 완전히 무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소트니코바는 “팬들에게 미안하다. 회복을 기원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천사의 날개를 감추고 고개를 숙인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얼핏 보기엔 김연아를 그린 듯한 그림이지만 소트니코바는 이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는 피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다는 의미겠죠.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그림을 고르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마음의 여유는 있는 것인가” “아무리 피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도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세계 네티즌의 의견이 SNS로 쏟아졌습니다. 소트니코바는 팬들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SNS보다 은반 위에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김민석 이혜리 권남영 신은정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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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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