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고혈압·당뇨병 만성 질환자, 식품 영양표시 안 본다

[쿡기자의 건강톡톡] 고혈압·당뇨병 만성 질환자, 식품 영양표시 안 본다

기사승인 2014-11-19 10:34:55

식품을 살 때 라벨에 쓰인 영양표시를 누구보다 열심히 봐야 하는 하는 분들이 있죠. 바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 환자입니다. 만성질환을 가지신 분들은 혈당, 혈압 관리를 위해 식단 조절은 필수죠. 그런데 이러한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 오히려 건강한 일반인보다 표시를 덜 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선 20년 전인 1994년에 식품 영양표시를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탄수화물과 지방 등 9개 영양소에 대한 표시가 의무화돼 있는데요. 식품의 영양표시는 건강한 사람보다 만성 질환자에게 훨씬 유용한 정보입니다. 식품 영양표시를 통해 만성질환 환자분들은 자기가 어떤 영양소를, 얼마만큼 먹는지 정확히 예측이 가능합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팀은 2008∼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원 자료를 이용해 건강한 사람과 만성질환자의 식품 영양 표시 이용도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드러났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이 조사는 20세 이상 남녀 1만69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대한의학회지’ 11월호에 소개됐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최고 혈압 140㎜Hg, 최저 혈압 90㎜Hg 이상)는 2758명 중 267명, 그러니까 약 12명 중 1명만이 식품 라벨에 쓰인 영양성분표를 확인했습니다. 고지혈증 환자(공복 혈중 총 콜레스테롤 240㎎/㎗ 이상)은 18.7%, 당뇨병 환자(공복 혈당 126㎎/㎗ 이상이거나 당뇨병 약을 복용 중이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는 13.2%만 영양성분표를 챙겼습니다.

결론적으로, 만성질환자 10명 중 8∼9명은 식품을 구입할 때 영양성분표라고 하는 소중하고 값비싼 정보를 회피한 셈입니다. 이 연구에서 고혈압이 없는 사람은 27.8%, 고지혈증이 없는 사람은 25.1%, 당뇨병이 없는 사람은 25.4%가 영양성분을 살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건강 여부와 상관없이 식품을 살 때 영양 성분을 읽는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았지만 영양 성분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만성질환자들의 외면이 특히 심각했다고 합니다.

식품의 영양 성분표에서 고혈압 환자는 나트륨, 당뇨병 환자는 당류·탄수화물·열량, 고지혈증 환자는 지방·포화지방·트랜스지방·콜레스테롤 함량을 반드시 확인하고 가급적 적게 든 식품을 사야 합니다.

질병과 음식은 상당히 관련성이 높습니다. 식품 영양표시는 특히 질병을 가진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1993년 식품에 영양표시를 의무화하면 20년간 심장병과 암 사망자를 3만9200명 줄이고 1만2902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선 비타민 D(뼈 건강 유지·면역력 증강·암 예방)·칼륨(혈압 조절)·첨가당(비만 유발)에 대해서도 영양표시를 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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