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가 눈물 흘릴 것 같다.” VS “초대작 영화인데 우리 영화에 참패하면 쓰리겠죠.”
배우 이정재와 황정민이 스크린 대결을 앞두고 한 말이다.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빅매치’(감독 최호)와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으로 맞붙는다. 파이터로 변신한 이정재와 우리 시대 아버지를 연기한 황정민은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누가 먼저 관객들을 사로잡을까.
‘빅매치’ 이정재, 액션 배우로 거듭나다
불굴의 파이터 익호(이정재)는 영화 내내 달리고 얻어맞는다. 천재 악당으로부터 하나뿐인 형을 구하기 위해서다. 도심 속 미션을 도전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게 한다.
이정재는 5개월 전부터 복싱, 레슬링 등 액션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나이에 액션 연기를 소화하기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시사회에서 “동작 연습을 많이 해 현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촬영했다. 어려운 동작은 다른 분이 대체하기도 했지만 90% 정도는 내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많이 뛰었다. 뒷모습만 나와서 대역이 대신 연기를 했는데 쓸 수가 없었다. 대역과 내 달리기 속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결국엔 내가 다시 뛰면서 촬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격투기와 액션 연습을 하며 7kg을 늘리고 근육도 만들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인대가 끊어졌지만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빅매치는 코믹과 액션을 적절히 배치해 풍부한 볼거리와 시원한 웃음을 준다. 이정재의 액션은 강렬하고 웃음은 가볍지 않다. 이정재와 교차하며 등장하는 신하균의 연기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이성민, 라미란, 최우식 등 연기파 배우들도 힘을 보탰다.
2012년 ‘도둑들’(감독 최동훈) 1300만, 2013년 ‘신세계’ 468만, ‘관상’(감독 한재림) 913만에 이어 흥행 4연타를 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국제시장’ 황정민, 우리 시대 아버지 역 완벽 소화
국제시장에서 황정민은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 덕수를 연기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낸다. 남동생의 대학교 등록금을 위해 독일 함보른 광산에 광부로 일하러 간다. 여동생 끝순(김슬기)의 결혼 자금을 위해선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날아간다. 가족 삶의 터전이 된 가게 ‘꽃분이네’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꿈도 접고 말이다.
영화는 195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살아온 시대를 덕수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냈다. 덕수는 누구보다 고단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를 대변한다.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인물 아닐까.
황정민은 시사회에서 “70대 연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40대는 살아봤으니까 그 느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70대는 살아보지 않아서 흉내밖에 되지 않았다”며 “70대 몸의 움직임, 서있을 때 자세, 생각 등이 정확하게 습득돼야 20~30대들에게 정확하게 관통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은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걸음걸이, 표정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할 때부터 염두에 뒀다고 밝힌 것처럼 덕수는 황정민을 위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는 내운명’(감독 박진표)에서 한 여자만을 향한 순애보를 드러냈고 ‘신세계’에선 의리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조직 2인자를 연기했다.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력은 ‘역시 황정민’이란 찬사를 이끌어낸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