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3일 군인·사학연금 개혁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날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공무원 연금개혁에 이어 오는 6월과 10월 두 연금에 대한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내년 경제정책의 핵심과제로 내 건 구조개혁이 시작도 하기 전에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정은보 차관보는 이날 오전 기자실을 방문해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관계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이 군인·사학연금 부분이 포함됐다”면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밤까지만해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군인·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공무원연금 개혁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한 이후 그 문제(군인·사학연금)도 자연스레 검토해야 되지 않나 보고 있다”고 답했다.
기재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는 당·청의 부정적 반응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힘들고 어렵게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숙고되지 않은 이야기가 밖으로 나오고 있다”며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작심한 듯 “여당이 정부 뒤치다꺼리 하다가 골병이 들 지경이다. 반드시 문책이 뒤따라야한다”고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고춧가루 뿌리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구조개혁 성과를 내려는 정부와 표심 이탈을 우려한 여당 간 엇박자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청와대 역시 경제정책방향 사전 조율과정에서 군인·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초안 수정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당·정·청간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구조개혁 동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학연금법에 사학연금 개편은 공무원연금에 준해서 한다고 돼 있다”면서 “여당이 저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