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땅콩 회항’ 사건 조사관 1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자체 감사결과 이번 사건의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대한항공 객실 담당 여모 상무와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23일 대한항공 출신인 김모 조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수사의뢰했다. 국토부 감사관실은 특별 자체감사를 통해 김 조사관이 이번 사건 조사가 시작된 8일 이후 여 상무와 수십차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 조사관은 일부 문자메시지를 삭제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김 조사관은 여 상무와 평소 잘 알던 사이였고,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조사 초기인 8∼10일 사흘간 집중적으로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 차원에서 여 상무와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은철 국토부 감사관은 “삭제한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검찰에서 이 부분을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 의뢰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조사관 6명 가운데 항공안전감독관 2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을 의심받았다. 회사를 통해 박창진 사무장 등을 불러 조사받게 했고, 박 사무장을 조사할 때 여 상무를 19분간 동석시킨 사실이 드러나 봐주기 논란도 일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폭언 사실만 확인했을 뿐 폭행 여부나 램프 리턴(비행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 경위를 밝히지 못해 허술한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칼피아’(KAL·대한항공+마피아) 논란이 증폭되는 이유다.
한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24일 오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강요죄 등 혐의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직접적으로 증거인멸을 주도하거나 지시한 점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범죄사실에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조 전 부사장의 영장실질심사는 2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전망이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