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 ‘특급 칭찬’ 듣고도 춤추지 못하는 CJ

[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 ‘특급 칭찬’ 듣고도 춤추지 못하는 CJ

기사승인 2014-12-26 15:56:55

CJ그룹에게 2014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적어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선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영화 ‘명량’은 여름 대전을 뚫고 무려 176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최다 관객수를 갈아치웠습니다. 엠넷(Mnet) ‘슈퍼스타K 6’는 이전 시즌의 시청률 부진을 만회하고 부활의 날개를 펼쳤습니다. 직장인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그린 tvN 드라마 ‘미생’은 ‘응답하라’ 시리즈 못지않은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뜬 것’에 비례해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중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심정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CGV 여의도를 직접 찾아 ‘명량’을 관람한 직후 “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민·관·군이 합동해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국론결집 정신을 고취하려는 뜻이 담겼다”고 평가했습니다. ‘명량’ 흥행 돌풍에 대해선 “무엇보다 스토리가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지난 3일에는 CJ의 연말 시상식으로 홍콩에서 열린 ‘2014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깜짝 등장해 “한국 K팝을 토대로 시작된 ‘MAMA’는 이제 세계 24억 인구가 함께 시청하는 세계인들의 문화 콘텐츠로 발전했다”며 “문화를 통해 창조 산업을 발전시킨 글로벌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대통령이 대중문화 시상식에 축하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례적입니다.

박 대통령의 ‘CJ 칭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청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미생’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많은 화제가 되는 것으로 안다”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화제에 올렸습니다. 특히 “‘미생’ 뜻이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돌이라고 하지 않나. 이것을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면 가능성이 아직 많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젊은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남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을 한다면 여러분의 미래는 바둑에서 말하는 ‘완생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치 ‘미생’ 기획의도를 설명하는 제작진 같았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드라마 ‘밀회’ 대사 같은 대통령의 특급 칭찬세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CJ는 춤을 출 형편이 못 됩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 때문입니다. 현재 이 회장은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구속집행정지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 등의 건의로 수감 중인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 세밑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이 회장은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아 사면 대상은 될 수 있지만 가석방은 어렵습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26일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면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특별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후 정치인 및 기업인 등에 대한 특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재벌
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무리한 가석방·사면으로 재벌 특혜론이 불거질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창조경제를 응원하고 칭찬을 듣고도 마음껏 춤을 추지 못하는 CJ 속사정입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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