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일부 성형외과들이 마취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병원 여러 곳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프리랜서가 태반이라는 점 알고 계시나요.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국현(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 이사장은 “전국 800여개 성형외과 중 마취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은 드물다”고 밝혔습니다. 프리랜서 마취의가 병원을 돌며 마취를 담당하거나 성형 전문의들이 직접 마취 시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이사장은 “수면마취가 전신마취에 비해 수가가 낮아 개인의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초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내 성형외과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면마취’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며 시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마취통증의학회 보고에 따르면 5년간 전체 39건의 진정수면 관련 의료분쟁 중 35건(89.7%)이 프로포폴 수면마취 요법과 관련해 발생했습니다.
마취 회복기간 중 발작, 호흡곤란, 심정지 등의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실제 모든 마취 관련 상해의 18.1% (19/105건)가 마취 회복기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면마취를 이용해 수술을 진행할 경우 얕은 마취수준에서는 통증의 자극에 의해 환자가 움직일 수 있으며 맥박과 혈압이 동시에 변하는 반사기능이 발현됩니다.
환자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수면제가 과량 투여돼 환자가 회복기간 중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뉴스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환자가 깊은 수면에 도달하게 되면 통증에 대한 반응이 둔해지지만 역으로 호흡과 심폐기능 저하의 가능성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미모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성형외과전문의 뿐 아니라 마취전문의들도 반드시 상주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병원 경영 현실에 맞춰 프리랜서 의사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언제부터 환자 안전이, 돈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준에 그쳤을까요. 시급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