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자의 호갱탈출] 밀레, 드라마 뜨면 주인공 모델 발탁?

[난 기자의 호갱탈출] 밀레, 드라마 뜨면 주인공 모델 발탁?

기사승인 2015-01-23 04:45:55

[쿠키뉴스=김 난 기자] 밀레가 남성 모델을 바꿨습니다. 지난해 모델이었던 빅뱅의 탑 대신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박신혜와 호흡을 맞췄던 이종석을 새로 발탁했네요. 그러고 보면 밀레만큼 모델을 자주 바꾸는 아웃도어 브랜드도 없습니다.

밀레는 원래 1966년 등산양말을 만들던 한고상사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사의 토종 등산복 브랜드인 ‘에델바이스’의 이름을 따 2004년부터 사명을 ‘㈜에델바이스아웃도어’로 짓고 토털 아웃도어 의류 기업으로 사세를 확장했지요. 그런데 창립자의 아들인 한철호 대표가 2009년 라이선스로 전개하던 프랑스 브랜드 밀레의 한국 상표권을 약100억원에 사들인 후 2010년 사명까지 ㈜밀레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토종 브랜드인 에델바이스 전개를 중단해 버렸지요.

또 밀레로 사명을 변경하기 전, 에델바이스아웃도어는 산악인 한왕용과 엄홍길 대장을 메인 모델로 전문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그러다 2011년, 갑자기 스타 마케팅에 뛰어듭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 스타 마케팅을 안 하는 데가 없다보니, 스타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당시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해 인기가 높았던 엄태웅과 고아라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기능을 내세우기보다 이미지 마케팅에 열을 올렸지요. 당시 ‘엄태웅과 고아라가 등산이나 하냐’부터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밀레와도 별로 맞지 않다’, ‘나이 차이가 큰 엄태웅과 고아라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2013년 톱스타였던 하정우와 드라마 ‘착한남자’로 ‘핫’했던 문채원으로 모델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하정우는 영화 ‘군도’ 촬영 때문에 그해 거의 삭발에 가까운 스타일을 유지했습니다. 어떤 옷을 입어도 ‘안습(?)’인 하정우와 어떤 포즈든 무표정으로 일관한 문채원의 밀레 화보는 업계에서도 ‘모델이 안티’라며 큰 화젯거리였습니다.

2014년 밀레는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가져가고자 탑과 박신혜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2013년 하반기에 방영된 드라마 ‘상속자들’이 워낙 인기였던 터라 김우빈과 박신혜를 동시에 데려 오고 싶었지만 김우빈이 다른 브랜드에 내정돼 있던 터라 대신 빅뱅의 탑을 선택한 것이지요.

올해 이종석을 발탁하면서 박용학 밀레 마케팅본부 상무는 “밀레는 보다 젊은 층으로까지 인지도를 제고하고 브랜드 저변을 확대하고자 이종석과 박신혜를 모델로 내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모델을 통해 앞으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보다 젊고 감각적인 아웃도어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40여 년간 국내 토종 브랜드임을 내세우며 성장해 온 기업이 하루아침에 프랑스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던 전력을 고려하면 해마다 간판모델을 갈아 치우는 건 놀랍지도 않지요. 하지만 1년 단위로 잠시 스쳐지나가는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다고 브랜드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까요? 곧 100년을 바라보는, 프랑스의 전통 있는 브랜드가 본디 가진 철학은 제쳐두고 국내 유행 따라 젊고 감각적인 스타일링만 어필하려 드는 게 안타깝네요.

자, 그럼 퀴즈 나갑니다. 사진 속 에델바이스 모델은 누굴까요? ‘하이테크 인공피부’라고 설명한 90년대 에델바이스 등산 내복 광고입니다. 까만색 등산 내복을 입고 올백 머리에 선글라스까지 쓴, 언밸런스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경직된 표정과 어설픈 포즈를 보니 전문 모델은 아닌 것 같지요?

정답은 ‘모델 살 돈이 없어서 몸으로 때웠다’는 한철호 밀레 대표입니다. 멋진 외모의 전문 모델은
아니지만 창립자 아들이 직접 제품을 입고 나선 이 광고, 더 신뢰가지 않나요?
nan@kukimei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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