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에 광범위하게 발생한 혈관종으로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손목을 절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한 인도네시아 소녀가 부천성모병원 의료진의 협진으로 손목 절단 없이 종양 제거 및 최소 부위만을 절단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화제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 전체에 발생한 혈관종으로 고통을 받아온 인도네시아 소녀 와우 크리스틴(14·여)을 한국으로 초청, 정형외과의 수부 및 미세혈관수술 전문 의료진 4명의 협진으로 종양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크리스틴은 손목을 절단해야 한다는 인도네시아 현지 의료진의 진단에 수술을 결정하지 못한 채 통증을 참고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오른쪽 4번째와 5번째 손가락이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붓고, 고름이 터지며, 통증이 팔꿈치까지 심해짐에 따라 더 이상 치료를 지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인도네시아로 해외 봉사를 간 부천 소재 교회 청년봉사단이 크리스틴의 상태를 부천성모병원 류마티스 내과 민준기 교수에게 전하고, 이를 수부 및 사지 재건술과 미세혈관수술 전문 부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의료진(김형민 교수, 정창훈 교수, 박일중 교수, 이재영 교수)이 전달받아 협진으로 최선의 치료법을 결정함으로써 종양 제거 및 최소 절단을 통해 크리스틴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 것이다.
이번 수술과 치료에 들어간 비용은 부천성모병원과 외부 자선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지원될 예정이다. 크리스틴은 지난 5일 한국에 입국해 부천성모병원으로 입원, 수술에 앞서 MRI, 혈관 조영술 등 정밀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받아 정형외과 의료진의 협진을 토대로 치료 계획을 세운 후 협진 결과에 따라 지난 9일 박일중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크리스틴은 종양을 제거한 후 큰 이상 없이 회복되고 있으며, 오는 26일 퇴원해 고향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요리사의 꿈을 갖고 있는 14세 소녀 크리스틴은 “손을 아예 절단하게 될 줄 알았는데 훌륭한 의료진 덕분에 새끼손가락만 절단하고 수술 후 극심했던 고통이 사라져서 너무 행복하다”며, “앞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이웃에게 전할 수 있는 훌륭한 요리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 박일중 교수는 “협진을 통해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고 절단을 최소화함으로써 손의 형태 및 기능의 보존은 물론 자라나는 소녀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줄 수 있었다”며 “이는 한 사람의 힘보다 의료진이 함께 모여 최선의 치료법을 논의하고 수술 부위와 방법을 최적화한 협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